대우건설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대우건설은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한데 이어, 8일 만인 오는 18일 추가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한 것은 신임 사장 선출 절차를 18일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임시 주주총회 등 일정을 고려해 이날(18일)까지는 관련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월 대우건설의 호반건설로 인수합병이 불발되자, 매각을 서두르기보단 2년 정도 시간을 갖고 대우건설을 정상화시킨 후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우건설의 현 상황을 추스를 수 있는 신임 사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이후 산업은행 출신 송문선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 본격적인 신임 사장 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사추위에는 산업은행 인사 2명, 대우건설 사외이사 2명, 외부인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19일 대우건설 신임 사장 공개모집(공모) 절차를 마감했다. 공모에는 38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대거 지원서를 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부터 외부 인사까지 건설업계 다양한 인사들이 지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 헤드헌팅사와 공모 절차를 진행한 산업은행과 사추위는 이달 초 서류심사를 마치고 후보군을 9명으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유력 후보로 이경섭 전 대우건설 본부장, 박의승 전 대우건설 부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김창환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강희용 전 LIG건설 사장, 원일우 한양 사장, 김선규 전 현대건설 사장, 우상룡 전 GS건설 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경섭 전 본부장은 주택사업부문 전문가로 외주구매본부장과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은 후 2014년 대우건설에서 퇴사했다. 박의승 전 부사장은 플랜트부문 전문가로 화성열병합발전소 현장 주재임원을 거쳐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조응수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과 2016년 대우건설 사장 선임 때 최종까지 경쟁한 바 있다.
강희용 전 LIG건설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의 토목기술 전문가로, 제2영동고속도로와 LIG건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원일우 한양 사장은 대우건설 투자관리실 실장, 건축사업본부 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금호건설 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우건설 내부 전현직 인사들을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직 임원은 물론 전직 임원들 역시 회사의 경영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신임 사장 인사가 내부승진 형식으로 이뤄진다면, 결국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영전하는 꼴이다. 경영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고 부실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해외 건설’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경영이 악화된 가장 큰 요인은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등 해외 사업장 부실이다. 호반건설이 막판에 인수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 것도 해외 부실이 컸다. 산업은행 역시 새로 선임될 사장에게 현안인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된 것은 중동사업의 부실 영향이 컸다”며 “중동건설 전문가를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타당성 있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신임 사장 선임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사추위는 추려진 롱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 등 절차를 진행한 뒤 후보군을 3명으로 좁혀 최종 면접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종 후보자가 선정되면 오는 18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장 내정자 의결 절차를 마무리한다. 따라서 대우건설 신임 사장은 다음달 초 정식 부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