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롤모델의 대표 반열에 오른 청년장사꾼이 성장통과 임대료 상승에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홈페이지 캡처.
“땅값 오르고 인쇄소들이 거진 다 나갔지 뭐. 몇 개 안남은 가게들도 임대료 오르니까 하나둘 나가고…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10일 오후 열정도 거리에서 만난 한 상점 주인의 말이다. 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해 온 그는 열정도 골목의 변화과정을 떠올리며 모든 일이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열정도는 도심형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아파트, 오피스 빌딩 사이에 싸여 있어 마치 섬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거나 변경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손질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열정도의 가장 큰 특색이다. 인기를 끄는 쭈꾸미, 곱창, 가맥집, 고깃집 등 식당들은 특별한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님에도 낡은 주택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시켜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평균 연령 30세 미만 직원들이 활기차게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손님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점심 장사가 한창이어야 할 10일 낮 12~1시 사이 거리에는 행인이 많지 않았다. 골목마다 들어선 식당이나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을 연 곳은 카페 서너 개, 옷집, 식당 서너 개가 전부다. 카페를 제외하고는 평일 점심 장사를 하는 곳은 열정도 형성 전부터 식당을 운영하던 소수의 가게뿐이다.
열정도 골목에 있는 콤콤오락실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재은 기자
낮 시간에도 영업을 하는 한 카페 점주는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나 혼자 가게를 보니까 인건비는 안 들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장사를 해 온 한 식당 주인은 “동네 손님이 아무래도 늘긴 했는데 나도 식당을 해 봐서 알지만 젊은 총각들 이래서는 인건비도 안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이 증가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외식업 특성상 최대한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 키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열정으로 일구어낸 열정도 매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해서 오를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년장사꾼의 경영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청년장사꾼은 2015년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16년 말 5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더군다나 지난해는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져 큰 타격을 입었다. 교육생이나 직원들에게 열정을 내세워 정해진 임금에 미달된 수준을 지급해 비난을 받은 것.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2억 5000만 원을 일시에 피해자에게 지급했다.
회사로서는 타개책을 마련을 위해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고 법인 차량을 매각하는 등 수단을 동원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상이 미진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 A 씨는 “청년의 열정을 앞세워 임금을 주지 않는 운영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여왔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도 수두룩하다”며 “단돈 몇 십만 원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열정을 갖고 참여했는데 그 열정을 착취당했다는 것이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 청년장사꾼이 직영방식의 매장을 전부 ‘지분투자형’으로 전환한 것도 본사 운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청년장사꾼이 직접 운영했던 모든 매장은 사업점주와 지분투자형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점주가 30~50%까지의 지분을 투자해 청년장사꾼과 사업을 함께 전개한다. 청년장사꾼 본사는 각 매장으로부터 투자 지분에 대한 배당을 받고, 본사 인원 3인에 대한 인건비 수준의 비용을 각 매장으로부터 받고 있다.
청년장사꾼은 지분투자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꾼 것에 대해 각 점주들의 창업시기를 앞당기고 영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 상생협업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연석 청년장사꾼 대표는 “지분투자를 통해 점주가 되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대부분 점주들은 젊고 자본이 부족해 회사 측이 일정 부분 지분투자 비용을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도의 이색적인 가게들이 모여있는 메인 거리의 모습. 금재은 기자
임금을 법정 기준에 맞춰 인상하고 보상금도 일시에 지불하자 본사의 운영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수십 명에 달하던 인력은 3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청년장사꾼은 사업 영역 확장보다는 경영 내실화에 집중하고 주력인 외식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력이 들어가는 서비스는 최소화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외식업에 접목하는 것도 구상 중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료가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열정도 형성 당시에 비해 임대료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청년장사꾼이 운영하는 매장들은 30평 기준 200만~250만 원 수준에서 임대계약을 맺고있지만, 현재 시세는 300만 원 안팎으로 훌쩍 올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료가 좀 올랐다. 그래도 점포 자리 비는 데가 없어 임대도 자리 비면 바로 나가는 식이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의 대부이자 수많은 청년들의 롤모델로 꼽히던 청년장사꾼은 비용 상승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 기준에 미달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 진입장벽이 낮아 청년창업자가 늘고 있지만, 일정 수준 성장한 후에는 비용이나 자본의 문제로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당근책과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