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 나이트 스카웃 운영자 김미영 씨. 사진=이세윤PD
국가 지원을 바라거나 제약 회사에서 약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수 없던 이들은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들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이트 스카웃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나이트 스카웃 프로젝트는 기다리지 않고 현재 나와 있는 의료기기를 DIY(물건을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드는 활동)로 업그레이드시켜 당뇨 환자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면 2014년 기존에 있던 연속혈당측정기에 블루투스 모듈을 달아 휴대전화와 연동시켜 언제나 휴대전화를 통해 볼 수 있고 혈당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추세도 볼 수 있게 해주도록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1시간에 1번, 2시간에 1번이 아니라 5분 단위로 모인 혈당 기록은 주스 1모금에 얼마나 혈당이 오르는지 세밀하게 체크 가능해 저혈당, 고혈당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1형 당뇨를 겪고 있는 아들을 둔 김미영 씨도 나이트 스카웃을 통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접하고 꼭 쓰고 싶은 마음에 외국에서 들여와 사용했다. 김 씨는 “하루에도 20번씩 채혈하면서 아이 손가락에 피를 내느라 아이도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손가락 끝도 다 망가져 갔다. 더군다나 1시간 뒤에나 측정해서 혈당도 제대로 알 수 없어 혈당 관리도 안 됐다. 이 기계는 하루에 2번만 피를 내면 되기 때문에 ‘신세계’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김 씨는 이 기계를 한국 1형 당뇨 커뮤니티에도 소개했고 영어를 못하는 환자 부모들을 위해 대신 직구를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식약처에서 고발장이 전달됐다. 불법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고 연속혈당측정기를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전송받을 수 있게 개조해 의료기기를 불법 개조한 혐의까지 받았다.
김 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기계를 쓰면 혈당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기계나 소모품이 보험도 전혀 안되고 외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쓸 수밖에 없어 부담을 느끼거나 못 쓰는 사람도 있다”며 “혈당을 관리하지 못해 합병증이 오면 그때서야 보험을 적용받지만 그때는 국가에서 쓰는 비용이 20배까지 올라간다. 제대로 관리해 합병증을 막는 게 국가로서도 좋고 국민으로서도 좋은 일인데 왜 보험을 적용하거나 기계를 수입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국가가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데도 문제가 발생하지만 국내 기술도 규제 때문에 제대로 꽃피우지 못할 때도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줄기세포 치료다.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지나치게 규제 폭이 좁혀져 오히려 국내 기술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로 치료 받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회사들이 관심 가지는 질환 중 하나가 퇴행성 관절염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사실상 인공관절 수술밖에 남아 있지 않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수술 전 해볼 수 있는 마지막 치료로 각광받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무릎이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면 호전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환자들이 일본에 가서 치료받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가능한 줄기세포 주사가 한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 만능 줄기세포, 자가 지방 세포 등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일본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다른 줄기세포는 규제하지만 자기 세포를 자기 몸에 다시 주입받는 시술은 의사의 재량에 맡긴다.
줄기세포 업계 관계자들은 법안 하나 차이 때문에 일본에다 돈을 갖다 바쳐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통해 일본에 임상 경험을 축적시켜준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환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불법화하고 치료조차 막는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미래에 큰 시장이 열리는 줄기세포 기술에서 도태되지 않게 최소한 외국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과 달리 2016년 6월 발의된 첨단재생의료법률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이 가장 중요하지만 식약처나 국회가 지나친 규제 일변도로 일을 하고 있어 오히려 환자들이 외국에 나가거나 직접 구매를 하다 고발당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앞서의 김미영 씨는 “환자나 환자 부모는 아픈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고통이다. 그런데 FDA(미국 식품의약국)까지 통과된 기계도 단순히 국내에 출시 안됐다고 해서 쓰면 불법이 되거나 소모품을 쓰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올 때 매달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신경 쓸 게 많은 걸 줄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