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총리 적임자인지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그러나 이와 같은 엄격한 청문회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 과연 청문회에서 질문을 했던 국회의원들은 떳떳한가? 또 우리 사회는 총리서리에게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판결을 내릴 만큼 건전한가?
장상 총리서리의 실패는 물론 자신의 잘못에 기인한다. 주소를 세 번이나 위장으로 옮기며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은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부도덕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냈다. 아들의 한국 국적을 네 살 때 포기하고 병역을 회피한 것은 지도층일수록 의무가 크다는 사회규범을 부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편승하는 이기주의에 따른 것이다. 일반인들이 잘 모를 것으로 판단하여 의도적으로 학력을 오기한 것이라면 자기과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지성인의 허구성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 문제는 그의 정직성과 진실성이다.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문제는 지병을 갖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또 학력오기는 비서가 대신 서명을 했다고 둘러댔다가 자신이 했다고 정정을 했다.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볼 때 장 총리서리의 입장에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적으로 저축을 하면 재산 증식이 어려웠다. 물가상승률이 공금리보다 턱없이 높아 은행에 저축을 하면 오히려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모순이 발생했다. 그리하여 아파트를 옮기면서 재산을 늘리는 것이 국민들의 재산축적 수단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소를 안옮겨본 사람이 드물 정도로 비정상거래가 많았다. 결국 장상 총리서리도 부당한 부동산 거래를 했다면 이들 중에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들의 국적문제도 보기 나름이다. 6?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은 후 남북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로서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합법적으로 미국 국적을 보유하는 것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학력오기도 과연 그렇게 큰 잘못인가? 우리 사회는 학력이 신분을 결정할 정도로 학벌위주의 사회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명문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이런 풍토하에서 누구나 이력서에 글자 하나 잘못 쓰는 것은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어떻게 정직성과 진실성을 바라겠는가? 실제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결정적인 단서만 잡히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모든 청문회에서 나타난 관행이기도 했다. 장상 청문회는 누구도 남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국민들도 더욱 떳떳한 모습으로 새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청문회에 앞서 국민 모두가 가슴을 열고 이제 과거와 같이 살지 말자는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직한 사회, 깨끗한 정치, 건전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의식개혁에 결연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그러면 앞으로 열릴 청문회에서 우리는 어떤 총리를 찾아야 하는가? 이번 총리는 무엇보다도 나라 혼란을 바로잡고 불안과 고통에 찢긴 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민생총리가 되어야 한다.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실업, 빈부격차, 농촌 황폐화, 공교육 붕괴, 과소비와 투기 등 문제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국민 곁에서 함께 고통을 나누며 불의에 의연히 맞서고 답답한 곳을 시원하게 뚫어가는 마음의 총리, 그런 총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임기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 새 희망을 줄 수 있는 총리를 가져야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 장대환 서리는 과연 이런 총리가 될 수 있는지 철저한 확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필상(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