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1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보고서를 통해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주총에서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ISS는 “거래 조건이 한국 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며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로, 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전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고,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며 “분할·합병 근거가 설득력이 없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의견과 같은 견해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라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분할·합병의 비율과 목적 모두 현대모비스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바 있다.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연이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비상이 걸렸다. 합병 찬성 우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로 상당수 외국인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상당수의 외국계 투자기관에서는 ISS의 권고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별도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할·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30.1%다. 따라서 지분 9.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48% 가량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하다.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외국인 지분 48%가 모두 주총에 참석하고, 이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진다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은 부결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ISS가 해외 자문사로서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번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반대로 이번 개편안으로 모비스 주주는 이익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으로 모비스는 미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동시에 글로비스의 성장은 곧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로 그 성과가 확산하는 구조이며 이 또한 모비스 주주의 이익으로 재차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글래스 루이스가 반대 의견을 냈을 때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밝혔던 것에 비하면 톤이 한결 무거워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과 취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주요 주주들을 직접 만나거나 콘퍼런스콜 형태로 분할·합병안의 정당성과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찬성 위임장 얻기에 나섰다.
엘리엇도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위임장을 모으며 위임장 확보를 통한 세 규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사를 오는 28일까지 서면으로 접수한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이르면 16일 중 찬반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견은 현대모비스의 또 다른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 행사 때 준거로 활용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