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선 대표팀. 부상 낙마한 김민재(뒷줄 왼쪽에서 세번째)를 제외하면 사진속 선수 전원이 이번 엔트리에 합류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신태용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월드컵에는 23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신 감독은 공격수 4명, 미드필더 9명, 수비수 12명, 골키퍼 3명 등 28명의 선수로 명단을 꾸렸다. 이 중 5명은 러시아로 가지 못한다. 신 감독의 속내가 궁금하다.
#대표팀에 덮친 부상 악령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은 23인의 명단만을 발표했다. 월드컵을 약 1개월 앞두고 발표한 이들이 그대로 대회에 나섰다.
신 감독은 엔트리에 5명이 추가된 ‘변수’를 택했다. 그의 선택에 선수 부상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던 터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28인 명단. 사진=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실제로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월드컵을 준비해오던 신 감독은 지난 3월부터 선수 부상 때문에 부쩍 근심이 깊어졌다.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친선 2연전에서 수비수 김진수가 무릎 부상을 당한 데 이어 김민재는 이달 초 K리그 경기에서 종아리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염기훈마저 지난 9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넘어지는 과정에서 상대선수와 충돌하며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들 모두 월드컵까지 회복시간이 촉박한 정도의 부상이다.
결국 28인 명단에서 김민재와 염기훈이 제외됐다. 김진수는 이름을 올렸지만 러시아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신 감독은 그의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만 4명을 선발했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은 변수를 불러왔다. 신 감독은 명단 발표 현장에서도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면 23인으로 갔을 것이다”라며 엔트리 확대 이유를 밝혔다. 공격수 선발은 기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부상이 발생한 미드필드와 수비에 추가 발탁이 몰렸다.
#확대 엔트리, 포메이션 변화로 이어질까
신 감독은 포메이션 변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수원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전에 4-4-2 포메이션을 활용해 재미를 봤다. 그간 대표팀에서 보기 힘들었던 4-4-2 포메이션은 공수 양면에서 효과를 봤다. 촘촘한 간격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 냈고, 에이스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배치하며 결정력을 높였다. 실제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약 1년 만에 대표팀에서 필드골을 기록했다. 신 감독은 이어진 동아시안컵과 평가전에서도 같은 전술을 사용했고, 이는 대한민국의 ‘플랜A’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전술적인 면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단순히 감독의 언급에만 그치지 않는다. 28명의 명단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명단에는 수비수만 12명이 포함됐다. 이 중 중앙 수비수만 6명이다. 중앙수비 2명이 서는 포백이 아닌 스리백 가동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홍철, 김민우, 고요한, 이용 등 측면 수비수 자원 또한 스리백 가동 시 윙백 자리에서도 충분히 활약을 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신 감독은 앞선 2016 리우 올림픽과 2017 U-20 월드컵에서도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했다.
기존 포백이 고정적으로 가더라도 미드필더와 공격수 포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이승우와 문선민은 미드필더보단 공격수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다. 신 감독은 프랑스 무대에서 두 자리수 득점을 기록한 권창훈의 공격수 기용 가능성도 밝혔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그동안 4-4-2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사용했는데 신태용 감독이 직접 밝혔듯이 3경기 모두에 가동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독일전에는 더 수비적인 전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2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포메이션이 바뀔 수 있다. 다가오는 평가전을 지켜보면 더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28인 명단을 발표하는 신태용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화제의 발탁, 논란의 발탁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깜짝’ 발탁도 있었다. 그간 A 매치 경력이 없던 이승우, 문선민, 오반석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승우가 큰 이슈를 모았다. 명단 발표 현장에서도 신 감독의 입에서 이승우 이름이 나오자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으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신 감독은 최근 소속팀에서 호조를 보이는 이승우를 선택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이승우는 청소년대표 시절 줄곧 A대표와 월드컵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승우는 U-20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이탈리아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리그 데뷔 골과 선발 출전 등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신 감독이 이승우를 선택한 이유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 있다. 그는 “스웨덴을 분석하며 발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웨덴전을 감안한 선발은 이승우뿐만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A대표팀에 선발된 문선민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스웨덴 리그를 경험했다. 현재 K리그에서 국내선수 중 득점 1위(6골)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 흐름도 좋다.
오반석도 생애 최초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만 30세(1988년생)를 눈앞에 둔 시점에 월드컵 출전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오반석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내내 스리백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신 감독의 스리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화제의 발탁 이면에는 논란의 발탁도 있었다. 이전까지 발탁 가능성이 ‘50 대 50’이라던 이청용이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 것이다. 이청용의 합류를 두고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경기 감각이다. 그는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총 10경기에 291분만을 소화했다.
일부에선 이청용의 발탁을 두고 ‘지난 월드컵이 오버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공격수 박주영의 월드컵행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홍명보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며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주영은 월드컵 이전 시즌 3경기에서 70분만을 뛰었다. 월드컵 이전 평가전에서 골을 넣으며 우려를 불식시켰지만 정작 본선에서의 활약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홍명보호가 ‘의리 축구’를 했다는 비판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청용의 상황은 다르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한 선수는 뽑겠다”고 말했다. 또한 본선 첫 두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던 박주영과 달리 이청용은 현 대표팀의 주축 선수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교체로 나서거나 최종 23인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