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등의 공세로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현대모비스 불리, 현대글로비스 유리
엘리엇 측 공격의 핵심 포인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현대모비스의 국내 A/S 부품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는데 그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는 분할합병은 현대모비스 주주에는 불리, 현대글로비스 주주에는 유리하다.
현재 현대모비스 대주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기아차다. 현대글로비스 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이다. 이번 분할합병 후 기아차 등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 부자에게 매각한다.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매입대금을 마련한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떨어질수록,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를수록 정 회장 부자에게 유리하다. 해외 의결권평가기구들 역시 이 점을 주목했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현대모비스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평가
현대차그룹 측에서는 이번 분할합병을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차로 이어지는 핵심순환출자 고리가 해체된다는 논리다. 현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호응하는 조치이니만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정 회장 부자가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1조 원대의 세금을 낸다는 점도 은근히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총 결과 경우의 수는…재대결 가능성도
이번 대결의 전장은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다. 엘리엇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총 30.17%다. 최소한의 요건인 발행주식 수 3분의 1은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분의 2 찬성은 장담하기 힘들다. 국민연금 보유분만 9.82%고, 외국인 지분율도 47%에 달한다.
부결 외에 또 다른 변수는 매수청구금액이 2조 원을 넘는 경우다. 의결권으로는 약 8.7%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 진행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합병 포기가 의무는 아니지만 계속 추진하기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시 짜 재승부를 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단일주주로 8.7%를 넘는 곳은 국민연금뿐이다.
#국민연금 선택은…미래에셋 때는 ‘줄타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보면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에 대해서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면 반대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 반대 또는 기권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Qs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대주주이기도 하다.
비슷한 상황은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합병 때 발생했다. 당시에도 양사 모두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기권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했지만, 결국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당시 반대나 기권표는 미래에셋증권이 37.49%, 미래에셋대우가 12.96%였다. 미래에셋증권은 기권표 덕분에 발행주식수 3분의 2에 미달됐음에도 합병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주가가 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았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흐름이 관건
현대모비스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 측에 요구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23만 3429원이다. 주당 23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분할합병안이 발표된 3월 말 이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로 급등, 한때 27만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엘리엇 측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주가는 다시 하락해 현재 23만 원 후반이다.
주주확정일(이날까지 주식을 보유한 이들에게 주총 의결권이 부여됨)은 지난 4월 12일이었다. 이후 종가가 매수청구권 가격을 하회한 것은 5월 10일 하루뿐이다. 반대 의사를 가진 주주는 주총 전에 주식을 팔 수도, 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한 반대나 기권 의사를 사전에 밝힐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주총 결과에 관계없이 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