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노무현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건을 조성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 순환을 구축하여 국민 모두가 잘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평한 시장질서,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경제성장률 7% 달성, 일자리 2백50만 개 창출, 중산층 70% 시대 개막을 목표로 정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과제와 목표는 실현 가능한 것인가?
현재 우리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여 유가가 폭등하고 수출 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타격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여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외국자본들이 철수하면 경제는 ‘기절’을 한다. 이런 견지에서 이라크 전쟁은 빠른 시일 내에 결말이 나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날로 확산하고 있는 반미감정도 소파의 개정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차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에 빠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 볼 때 우리경제는 4개국에 포위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경제는 10년째 복합 불황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 여기에서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저렴한 생산비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상품을 몰아내고 있다.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무너진다.
이런 견지에서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문제는 한반도 정세 불안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 아예 시작조차 어렵다. 또 문제는 중국과 일본이다.
이들이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는 주변 국가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자본이다.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하여 갖가지 사업에 소요되는 투자자본은 천문학적 규모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정부부채, 개인부채, 대외부채 등으로 빚투성이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종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경협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확대하여 남북 경제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산업 등 미래 지식 기반 산업에 집중 투자하여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을 선도하는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다음 동북아를 연결하는 금융 철도 항만 등 사회 간접 자본을 건설해야 한다. 이어 자유무역 협정을 과감히 추진하여 동북아 경제 공동체 형성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대내적으로도 우리 경제는 보통 불안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 과감한 구조 개혁과 외국자본 유치를 추진하여 경제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조 개혁의 원칙과 일관성이 없어 다른 형태의 위기를 잉태했다.
우선 구조개혁을 추진하며 공적 자금을 구제금융 형태로 과도하게 투입했다. 따라서 국가 부채가 4백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환 위기가 재정 위기로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정부는 경기를 살리는 실적에 급급하여 소비와 건설 부양에 대규모 팽창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개인 부채가 폭증하여 4백3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 부채 위기가 개인 부채 위기로 바뀐 셈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기업을 살린다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이는 청년 실업과 장년 실업은 물론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는 극도의 고용 불안 사태를 초래했다. 기업 위기를 고용 위기로 바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소비와 건설의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과 같은 복합 불황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잘못된 구조 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여 위기의 수렁에서 한시바삐 빠져나와야 한다. 실로 우리 경제의 앞날이 불안하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의 실상을 정직하게 알리고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위로부터 개혁을 추진하여 갈기갈기 나뉜 국민들이 다 같이 희망을 갖고 뛸 수 있는 국민통합부터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