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원(21)이 동료 여자 연예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 추행을 시도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됐다.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서원(21)의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5월 16일이다. 이미 경찰 조사를 마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나서야 알려진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과에 따르면 이서원은 지난 4월 8일 동료 여성 연예인과 술을 마시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술에 취한 그는 여성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신체 접촉을 하려다 거부당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신체 접촉 시도에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서원이 돌변했다. 가까이에 있던 흉기로 들고 여성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서원을 입건했으나 경찰서에서까지 욕설과 난동이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서원이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조사를 마친 뒤 자택으로 보내진 이서원은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했다. 지난 4월 13일 KBS 2TV ‘뮤직뱅크’의 리허설도 무사히 마쳤다.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가수를 기다리던 팬들의 카메라에도 이서원의 출근길이 잡혔다. 이날 이서원은 팬들이 전해주는 팬레터와 선물을 챙긴 뒤 유유히 방송국 안으로 사라졌다.
그가 출연하는 tvN 새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의 촬영도 계획된 대로 진행됐다. 극중에서 이서원은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뮤지컬 음악계의 천재’ 음악감독 조재유 역을 맡았다. 주연은 아니지만 주인공들과는 다른 별도의 ‘서브 스토리’로 극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그 분량이 적지 않은 역이었다. 21일 방송을 앞둔 ‘어바웃 타임’은 지난해 12월 출연진들을 확정한 뒤 5월 현재까지 총 16회 가운데 12회 분량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 16일 이서원의 검찰 송치 사실이 밝혀지면서 ‘뮤직뱅크’와 ‘어바웃 타임’ 제작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보도 이후 사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하차 등 일정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이서원의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역시 “우리들도 알지 못했다”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스케줄 관리를 위해서라도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어야 할 소속사가 배우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에 대해 블러썸 측은 “배우가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서원이 소속사 측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소속사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과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소속사에 통지하지는 않았다. 아마 소속사 측도 이서원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으로 파악한다”고 소속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이서원의 보호자 역할을 한 것은 소속사 관계자가 아니라 그의 직계 가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직업이 배우라고 밝혔다는 사실은 후에 전해 들었지만, 굳이 우리가 소속사까지 물어봐야 할 필요가 없어서 묻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이 소속사와 관련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묻고 조사 상황을 전달해야 했을 테지만 그냥 성인 남성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개인 행동 아닌가. 그래서 (소속사에) 전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소속사 역시 이서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다. 그런데도 대중들이 소속사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서원의 사건 이후 한 달 동안의 행보가 소속사의 무지로 덮기에는 너무나도 상식 밖이었던 탓이다.
이서원의 공식 팬카페 ‘Only Won’에 지난 5월 3일자로 이서원이 직접 축하메시지 영상을 촬영해 제공했다. 이서원 공식 팬카페 캡처.
이서원은 방송 스케줄만 예정대로 진행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평소와 똑같이 일상사진을 올렸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았을 때는 추모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5월 3일에는 자신의 공식 팬카페에 축하 메시지 영상을 보내 팬들과의 소통도 이어갔다. 이 팬카페의 회원 수는 1100명 남짓으로, 개인이 운영하다가 지난 4월 16일에야 공식 팬카페로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환 한 달여 만에 충격적인 사태를 맞닥뜨린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어바웃 타임’ 제작진이다. 21일 방영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배우의 범죄 행각으로 전면 재촬영이라는 문제에 부딪쳤다. 이서원 사건이 알려진 것은 ‘어바웃 타임’ 제작발표회의 바로 전날이었다. 김형식 PD는 “재촬영이나 편집을 통해 방송에 차질이 없고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원의 역은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김동준에게 넘겨졌다. 이서원이 맡은 역인 조재유는 2화부터 등장한다. 월화 연속 방송이기 때문에 22일 방송분을 위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히 재촬영에 돌입했다.
KBS ‘뮤직뱅크’ 측도 방송을 하루 앞두고 MC를 긴급 교체했다. 원래는 정식 MC 교체를 수순대로 진행하기 위해 신인 남자 배우들의 오디션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후임을 완전히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서원 사건’이 터졌고, 이에 긴급 스페셜 MC를 섭외해 생방송을 준비했다.
방송가에서는 이서원 사건 이후 소속사의 대처를 한 목소리로 질타하기도 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소속사의 ‘몰랐다’는 말은 자신들의 배우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자랑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그는 “이서원의 경우는 제2의 박보검, 송중기로 홍보하며 소속사 측에서도 밀어주던 배우로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소속사 측에서도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을 텐데 ‘몰랐다’는 얘기는 참으로 의아하다”며 “심지어 연예인과 연예인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다. 같은 업계 종사자들끼리 발생한 문제가 나중에 가서 어떻게 확대될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소속사도 알지 못하게 일개 배우 한 명이 덮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서원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송치된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이달 초 사건을 송치해 현재 조사를 앞두고 있다. 가급적 빠른 시일에 기소 여부를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