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사진=현대자동차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그 첫 단추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0.79 대 0.21,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 대 0.61이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모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그럼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고, 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바뀌게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해소’라는 현 정부의 정책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양도소득세로 1조 원 이상의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할·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총 30.1%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유분만 9.83%이고, 외국인 지분율도 48%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개편안은 잇따른 반대에 부딪히며 통과 여부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먼저 앞에 나섰다. 엘리엇은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라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라고 할 수 있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이번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거래 조건이 한국 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고,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며 “분할·합병 근거가 설득력이 없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역시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앞서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데 이어,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 입장을 확정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분할의 목적은 그 타당성이 인정되나, 해외 사업부문을 제외한 분할·합병 방법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신설 모비스의 입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명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배경에서 비록 분할·합병 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주주가치 또는 회사가치를 제고할 것이라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업집단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개편 계획은 지분 교환 및 양수도의 결과로 가능한 것이다. 분할·합병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분할·합병이 아니더라도 지분 교환 및 양수도만으로도 개편 효과가 있다고 봤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 상태에서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입하라는 것이다.
두 가지 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주식은 각각 1642만 7074주, 550만 4846주, 65만 6293주다. 17일 종가(23만 7500원) 기준으로 계산해도 지분가치는 5조 3647억여 원에 달한다. 양도소득세까지 더한다면 7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이어 경영승계를 위해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677만 8966주까지 증여받게 된다면, 추가로 증여세 8000여 억 원이 필요하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안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으로 현대모비스 지분가치는 79%가량 줄어든다. 이에 총수 일가가 존속 법인 지분을 사들이는 데 약 4조 6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양도소득세까지 감안하면 6조 원가량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적대로 분할·합병 없이 지분 교환 및 양수도만을 시행한다면 당초 개편안보다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개편안에서는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지분을 팔아 5조~5조 5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정의선 부회장의 현재 재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의 재산은 26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로, 한국에서 12번째 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상장사 보유 주식 배당금으로만 526억 원을 수령했다.
정 부회장이 이렇게 보유 재산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 이노션 등 계열사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설립 초기 정 부회장은 29억 9600만 원을 투자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1조 3300여 억 원으로, 2001년 설립 이후 17년 만에 400배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을 수차례 매각해 수천억 원의 차익을 남긴 바 있다. 이 돈은 현대차 등 다른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실탄으로 활용됐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과 취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LG그룹
재계순위 4위 LG그룹의 경영승계 발걸음도 바빠졌다.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제기되면서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4세 경영 전환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제기되면서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경영 전환을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슬하에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그룹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구 상무는 미국 유학과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4년 ㈜LG의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는 LG전자에서 상무로 근무 중이다.
㈜LG 측은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인해 ㈜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함에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사회에서 있었던 데 따른 것”이라며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그룹이 서둘러 후계구도를 정리한 것은 구본무 회장의 건강상태 악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구 상무는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될 경우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다만, 구 상무가 LG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이사회뿐 아니라 최대주주에 오를 지분도 확보해야 한다.
LG그룹의 지주사는 앞서 언급했듯 ㈜LG다. ㈜LG는 LG화학(30%),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은 사업부문별로 수직계열화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LG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현재 최대 주주는 구본무 회장으로 11.28%(1945만 8169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7.72%(1331만 7448주), 구 상무는 6.24%(1075만 9715주)를 갖고 있다. 따라서 구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지분 1945만 8169주을 증여받기 위해서는 17일 종가(7만 8800원) 기준으로 약 7667억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갑자기 빨라진 승계 작업 속도에 결국 관건은 자금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상무는 올해 초 ㈜LG에서 배당금으로 140억 원을 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