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가 치뤄질 서울 노원구병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성환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 등의 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노원병이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과거 지역구인 동시에 이 후보와 강 후보의 과거 측근들이 매치를 벌이는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은숙 기자
노원병은 안철수 위원장이 19대 재보선과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이다. 그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의원직을 버렸지만, 4년 동안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노원병 재보선은 그곳에 안철수 위원장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을 노원병 재보선 후보로 공천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로 결정되기 전까지 당은 공천을 둘러싸고 분열상을 거듭 노출했다. 이준석 후보는 당시 안철수 위원장(서울시장 후보)이 자신에게 노원병 불출마를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그리 무리한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인 동시에 ‘친유계(친유승민계)’인 이준석 위원장은 노원병에 단수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목진휴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장(국민의당 추천 외부인사 1명)을 제외한 10명(바른정당 출신 5명, 국민의당 출신 5명)이 던진 표가 정확하게 5 대 5로 나뉘었다. 통상적으로는 단수공천에서 신청자에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공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위원회는 표결을 거치면서 결정을 미룬 것이다.
이 배경에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인 김 교수를 노원병에 공천하려 했으나, 언론 보도를 통해 김 교수가 안 위원장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자주 만나는 모습이 공개되며 결국 공천이 무산됐다. 그 노원병에 친유계인 이 후보가 나서니 안 위원장은 이 후보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JTBC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조사한 결과, 김성환 민주당 후보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원구청장을 연임한 ‘현역 프리미엄’과 함께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뒤를 이어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15.1%, 김윤호 민주평화당 후보가 6.4%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서 선택지로 주어진 후보들은 이 세 명으로 한국당 후보는 거론되지 않았다(이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52.9%, 한국당이 7.5%, 바른미래당이 7.1%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지지도는 후보의 소속 정당 지지도와 엇비슷한 수준을 나타내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 여론조사에선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바른미래당 지지자들과 한국당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합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당에서 강연재 변호사가 노원병 재보선 후보로 나서게 되면서 선거 지형이 어떻게 요동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후보에게 모였던 보수표가 나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한국갤럽 여론조사 이후 노원병 재보선에 대한 추가적인 여론조사가 발표된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 선거 판세를 정확하게 예측해볼 수는 없지만, 단순하게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후보들의 지지율을 짐작해볼 수는 있다. 강연재 후보와 이준석 후보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정당 지지율과 비슷한 정도의 지지율인 6~8% 정도의 지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철수 위원장과 강연재, 이준석 두 후보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이준석 후보는 2011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되면서 정치계에 입문했는데,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시점으로 한국당을 탈당하고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강연재 후보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당을 창당할 때 영입된 인물이다. 강 후보는 서울 강동구을 당협위원장을 지냈고 20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이 불거지자 그는 당을 탈당했다. 현재 이준석 후보는 ‘친유계’로 분류되며 공천 문제 때문에 안철수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고, 강연재 후보는 바른미래당이 아닌 한국당에 몸을 담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 됐다.
결국 안철수 위원장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노원병에서 과거 안철수 위원장과 인연이 있던 이들이 대결을 펼치게 됐다. 물론 이 두 사람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해도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김성환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김성환 후보가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업고 있는 데다 수년간의 행정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행정대학원 석사를 마친 뒤 노원구의회 의원, 서울시의원을 지냈고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제9·10대 노원구청장을 역임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