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교수 | ||
이 가운데 관리능력의 부재로 화물연대 등 곳곳에서 노사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현 경제팀의 경제현실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5% 성장과 3% 물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막연한 낙관론을 펴며 하는 일이 별로 없다.
현재 우리 경제는 산업공동화와 경기 침체가 악순환을 이루며 공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규제와 고임금의 벽에 부딪쳐 의욕을 상실했다. 투자를 하려면 중국이나 동남아가 낫다고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기에 건설과 내수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산업현장이 멈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오히려 부동산과 물가 그리고 노사불안만 부추길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필요한 정책은 우선 정부가 동북아 중심경제 건설을 위한 갖가지 프로젝트를 한시바삐 구체화하고 실천에 옮겨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를 핵으로 연관산업 효과를 유발하여 경제회생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첩첩이 쌓여 기업을 살리기는커녕 숨을 막고 있다. 급격한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고용구조가 극도로 불안하고 노사간 불신과 대결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금 종류는 수없이 많고 세무조사에 걸리면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로부터 자유롭고 노사가 신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세부담이 적은 기업 환경을 만들지 않고서는 경제회생은 어렵다.
실로 큰 문제는 기업인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것이다. 어느 기업인이 돈을 벌었다 하면 어떤 비리를 저질러서 돈을 벌었는가, 세금은 얼마나 탈루했는가, 개인재산은 얼마나 해외로 빼돌렸나 등 온갖 죄명을 씌우기에 급급하다.
물론 온갖 비리와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벌고 불법상속·증여 등으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기업인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이 죄를 받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 때문에 밤낮으로 잠을 못 자고 기업을 살리고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까지 희생시키는 다수의 다른 기업인들까지 사회적으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피땀 흘려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여 기업을 일으키는 기업인들을 누구보다 우대해주는 교육과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우후죽순처럼 기업을 일으켜 불황의 덫을 떨치고 희망찬 경제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중심 경제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해 청와대 직제까지 개편하고 정책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정책이 나오는 것이 없다.
또 경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논리 하에 재정경제부 등 주요경제부처에 안정형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안정과 안주를 혼동하며 정책 남발과 갈지자행보만 거듭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누더기 정책이나 현실 안주가 아니다. 근본적인 변화와 새로운 희망이다. 경제팀은 장관자리를 얻었다는 희열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동력을 개발하고 신바람나는 기업풍토를 만드는 책임자로 나서야 한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