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그러나 방미시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북한핵문제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한 협의에서 미국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양면성은 경제 정책에서 다시 드러났다. 약속한 재벌 개혁정책을 뒤로 미루고 노사문제에 대해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교육정보시스템을 놓고 벌인 혼선은 교육현장을 집단간 싸움터로 바꿔놓은 셈이 되었다.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혼란뿐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방미외교는 실리외교라는 면에서 얻는 바 크다. 먼저 우리나라의 최대 불안요인인 북한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를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안이 확산될 경우 경제 사회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이든지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국정운영의 틀을 만들었다.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는 만큼 좋은 방향으로 나갈 경우 나라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국정운영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무기력 혼돈상태에 빠졌다. 재벌개혁의 경우 집단소송제 등 대부분의 정책이 요건을 완화하거나 시행을 유보한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노사문제는 더 혼란스럽다. 두산중공업, 철도청, 화물연대 등 주요 노사분규에서 정부가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는 비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가 경기부양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4조2천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사회 간접자본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미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4.25%에서 4%로 낮추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을 덜어주고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회복보다는 투기거품을 확대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임기응변적인 부양조치로 경제를 살리려는 과거의 정책을 답습해서는 안된다. 신산업전략과 구조개혁정책을 과감하게 구사하여 성장동력의 회복과 분배기능의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먼저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위해 가마우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는 일본 의존도가 높았다. 우리 경제는 자본은 물론 기계, 원자재, 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하여 조립한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조립경제의 성격을 띠었다.
이런 구조 하에서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 나가 피땀 흘리며 수출을 해도 이자, 기술료, 기계값, 원자재와 부품대금 등 많은 이익을 일본에 빼앗겼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목에 끈이 묶여 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고 계속 어부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새, 가마우지에 비유된다.
이제 우리 경제는 동북아 국가들을 가마우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적·기술적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전방위적인 첨단산업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경제주체들의 집단행동이 나타나자 통제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더이상 흔들려서는 안된다. 솔직한 소신으로 국민의 힘을 모아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참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