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우리 경제는 지난 8년 동안 국민 소득 1만 달러의 덫에 걸려 표류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태에서 제시된 2만 달러 전략은 나라발전을 짓누르는 좌절을 깨고 과감한 도약을 시도하는 신선한 발상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는 토대의 마련이다.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여 기업과 국민 모두가 목표달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함께 뛰는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준비가 없이 목표만 제시한다면 이는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정치구호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스스로 동력을 잃는 5가지 덫에 걸려있다. 따라서 이를 과감하게 제거하지 않고서 소득 2만달러 달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우리 경제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덫에 걸려있다. 정치는 경제를 먹이 희생물로 만드는 집단 비리행동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여기에 거미줄처럼 규제의 망을 쳐놓고 걸리면 대가를 치러야하는 관료주의 부패의 뿌리가 깊다.
이런 체제하에서 어떻게 시장개혁이 되고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겠는가? 거꾸로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치와 부패의 오염을 피해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둘째, 우리 경제는 교육의 붕괴로 인해 인적 자원의 정상적인 수혈이 어렵다. 우리나라 교육은 연 20조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불하며 일류대학 입학생들을 일그러진 영웅으로 만들고 나머지 청소년들은 인생낙오자로 만드는 사회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 교육제도로 어떻게 첨단인력을 육성하고 문화 혁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21세기 경제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승부처는 지식산업이다. 현 교육제도의 혁명적인 개혁이 없이는 2만달러 소득의 선진국은 허망한 꿈일 뿐이다.
셋째, 우리 경제는 지역격차, 분배왜곡 등으로 지역간, 계층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역간 주민들의 감정대결은 정치 파탄을 가져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노사 갈등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편을 갈라 싸우는 자해적 집단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방화와 국민화합을 가져와 국가 발전동력을 살릴것인가?
넷째, 우리 경제는 남북간 긴장관계에 인질로 잡혀 불안이 크다. 정부는 서울의 지정학적 위치상 교통, 물류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최우선과제로 추진중이다.
그러나 핵문제 등으로 불안과 갈등이 계속될 경우 동북아경제중심은 허구로 끝난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을 이루는 것에 대해 보고만 있을 나라가 아니다. 막대한 경제력과 외교력을 동원할 경우 우리가 거꾸로 변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나쁜 나라에 속한다. 규제, 고임금, 고지가, 노사분규, 금융낙후, 조세부담, 언어장벽 등으로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극히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제가 어떻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것인가?
결국 우리 경제에 겹겹이 쌓인 덫으로 소득 2만 달러를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이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1960년대 국민소득 80달러일 때 1만 달러 시대를 예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제는 자신감을 갖고 먼 미래를 보며 무한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성공을 보장한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강력한 개혁의지를 갖고 진지한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과 국민 모두가 긍정적인 사고로 지혜와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