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우리은행이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지주회사 전환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최고경영진의 입을 통해 지주사 전환이 언급된 적은 있지만, 공식으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시중은행 중 유일한 비(非)금융지주 체제 금융기관으로 남았다. 당초 2001년 국내 처음으로 금융지주사를 만들었지만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보험·자산운용사·저축은행 등 계열사를 매각했다. 이후 이광구 전 은행장이 지난해 우리은행 민영화에 성공하고 연임까지 하게 되면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지만, 채용비리 의혹에 낙마하면서 지주사 전환은 무산됐다.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사 전환을 꾀하려는 것은 은행 체제로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할 수 없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기 힘든 구조다.
우리은행은 현재 7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2개사뿐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다양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출자 한도뿐 아니라 자회사 간 시너지도 은행과 지주체제가 다르다. 은행과 자회사 간에는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만, 지주회사 체제 내에선 계열사끼리 정보공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내부검토 결과 지주체제로 전환하면 비은행 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면서 고객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설립 시기를 내년 초로 설정했다. 인가 과정이 최소 3개월 걸리는 점과 현재의 금융당국 안팎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금융위는 60일간 이를 심사한다. 심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우리은행은 본인가를 신청한다. 그럼 금융위는 30일간 심사한 후 본인가를 승인한다.
이처럼 지주사 전환은 이론적으로 신청 3개월 후 승인받을 수 있으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현재 금융당국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
또한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점주주들의 지분처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과점주주가 27.22%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되면 ‘주인’인 과점주주와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은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 금융당국의 인가, 주주총회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으나 종합금융그룹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