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군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평화시위를 했다. 적게는 2천~3천명, 많게는 1만5천명. 부안의 인구가 6만5천명임을 감안한다면 이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렇게 모이고 모여 핵폐기물 처리장을 반대해도 중앙정부에서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니까 시위의 수준도 높아만 간다. 마침내는 시위의 양태를 바꿔 서해안고속도로를 점거하기까지 했고, 경찰과 주민이 충돌해서 1백50여명이 부상당하기까지 한 것이다.
주민들은 열정적으로 핵폐기물 처리장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정부는 강도 7.2의 고베 지진에도 인근 11개의 원전이 멀쩡했다며 원전수거물 시설은 안전하고 이미 결정한 행정행위를 철회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위협적으로 장기화될 조짐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 에너지의 중요 원천이 원전이라면 당연히 그 쓰레기는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핵폐기물 처리장을 반대하는 부안군민에 대해 꼭 필요한 시설인데 그 시설을 반대한다고 이기적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에너지를 맘껏 쓰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그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 달라야 한다면 분노는 필연적이니까. 거기에서 시작된 부안의 분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어디에도 탈출구가 없어 힘으로, 강제로 밀어붙여야만 할까?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사건이다. 거기에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홍보만이 있을 뿐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으며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의사소통과정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적절해서 오히려 부안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원전 수거물 시설이 재해나 인명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이 시설 연간 방사선량이 자연방사선의 10분의 1 이하이고, 전신 CT 촬영 때의 1천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안전한 시설이라면 왜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설치하지 못하느냐는 말엔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그러니 부안의 분노를 이기적인 님비현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부안사람들은 말한다.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돈도 싫으니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살게 해달라고. 왜 부안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껏 행해온 관료적인 방식과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21세기형 정부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주민의사를 진지하게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문제 때문에 김두관장관도 만나고 대책위도 만났다는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평화적인 주민투표를 위해 경찰도 철수하고 시위도 중단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와 대책위측이 공정하게 찬반이유를 들어 홍보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부담스런 기피시설이 들어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것을 받아들일 경우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서 그 지역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물론 개인에게 얼마씩 주겠다고 ‘매수’하는 식은 안됩니다.”
지난 시대에나 통했던 관권과 금권으로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안된다. 지금은 21세기, 민도가 그만큼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