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동장 ‘봉려리의 하루’ 이천시내 풍경
[이천=일요신문] 유인선 기자 = 경기 이천시 초보동장의 소소(昭昭)한 일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다.
그는 올해 1월 이천시 문화관광과장에서 창전동장으로 발령받은 류봉열 동장.
공직자로 정년퇴임을 반년을 남기고 짧은 기간 동안 동장으로서 특별히 추진할 사업은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에 6개월, 180일 남았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일할 시간이 4,320시간이나 남았다고 위안을 삼은 초보동장 이다.
그래도 이 긴(?) 시간을 이천 문화의 중심지며, 원도심인 창전동을 옛날의 자존감이 있는 도시로 재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대안 또한 무엇인지 고민한다.
초보동장의 일과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회의나 행사를 제외하면 오전에는 주로 동사무소에서 결재와 주민(또는 단체장 및 단체원)과의 만남을 하고 오후에는 카메라 들고 출장 가는 일이 반복된다.
출장 과정에서 창전동 골목골목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주민들을 만나 여론을 청취하고 불편한 요인 또는 위험한 시설은 없는지, 개선사항은 무엇인가를 꼼꼼히 둘러본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다.
지난 4월 초보동장은 내부적인 업무, 주민숙원사업 등의 현황을 보고하는 읍·면·동장 회의에서 색다른 내용을 보고했다.
이천시 4개 행정동 71개 지역에 공중전화부스가 설치돼 있으며 그중 창전동 28개 지역의 전화 부스를 조사한 결과, 바닥파손 또는 볼트가 불량한 부스 14개, 유리 파손 부스 19개, 무단 광고물 부착 부스가 1개소 등 34개 부스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이용자는 하나도 없고 전 국민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관리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면서 도로를 점유해 시민이용에 불편을 주는 공중전화부스가 과연 필요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현재 1개소에 1개내지 4개가 설치된 부스를 단 1개로 줄이고 형태나 색상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전부 다 제거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눈에 확 들어오는 색상과 형태로 1 개만 관리,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게 초보동장의 생각이다.
그는 사진과 책, 도자기 등을 좋아하고 특히 사진과 SNS에 관심이 많아 지역의 문화재, 맛집, 조각품, 축제, 풍경 등을 카메라에 담아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블러그 ‘봉려리의 하루’를 통해 소개하고 지역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시민들과 함께 마련해 나가자고 호소한다.
블러그 ‘봉려리의하루’
초보동장은 인구 23만의 도시 이천시에 서점이 3개만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민하며 20여 년 전 시내에만 8개의 서점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밝지 않다고 한다.
그는 ‘이천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지역서점만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 제작’, ‘서점에서 작가와의 대화, 낭독회’, ‘이천사람 2,000권 책 소장하기’ 등으로 지역서점을 생활밀착문화시설로 정착시키자고 강조한다.
또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산행하듯 일상처럼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동아리와 함께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으로 하루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정기적으로 탐방하는 프로그램과 모임 운영 등으로 나를 둘러보고 그 안에서 과거와 대화하고, 예술인을 만나고, 가치를 느끼며 행복한 순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한다.
초보동장은 마을회관도 변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마을회관 또는 경로당하면 늘 떠오르는 이미지가 콘크리트나 벽돌로 만든 성냥갑과 같이 단순하고 그 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 형태라고 주장한다.
태극기와 새마을기 그리고 노인회 깃발이 사계절 펄럭이며 어르신들이 식사를 해 드시고 통.반장이나 부녀회가 주민들과 함께 마을 대소사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장소를 각각의 마을에서 풍기는 개성을 살리고 주변 자연풍광과 조화롭게 건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내부시설도 어르신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설계와 배치로 어르신 이용공간을 1층으로 낮추고, 문턱 등 걸림돌을 최대한 없애 가장 단순하게 조작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어른신이 돌아가시면 사용했던 물건이나 기록(자료, 사진 등)등을 유산(문화재)으로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지하에 수장고를 만들어 보관하고, 마을회관 일부를 마을역사박물관으로 만들어 전시하면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데 활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을 박물관을 주민이나 어린이 등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함은 물론, 출향인사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기능까지 겸비한다면 일정부분 수익도 얻을 수 있고 쉼터와 정원(텃밭)이 함께 있다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산 교육장과 건강한 놀이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대상으로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먼 훗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구심점으로 생활밀착문화(마을박물관, 교육장, 게스트하우스)시설로 기능하도록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봉려리의 하루’가 바라본 설봉호수 풍경
오늘도 초보동장은 이천 중앙통 문화의 거리 활성화, 원 도심 창전동의 부활과 자존을 위해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을 주고 세상을 따뜻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며 ‘행복한 동행, 웃어라 이천’ 건설을 위해 오늘도 카메라를 메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 대화한다.
6월말 정년퇴임을 앞둔 류봉열 동장, 그의 주장대로 40여일 아니 1,000여 시간 동안 이천시와 창전동을 위해 과연 어떤 행보로 어떤 과제를 제시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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