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 ||
왜 우리 정치는 여운이 없고, 아름다움이 아득하기만 할까? 왜 단식을 해도 코미디가 되고, 옳은 말을 해도 듣게 되지 않는가. 역대 선거에서 매번 3분의 1 이상이 물갈이가 되고, 16대 국회에도 새로운 정치인이 1백 명 이상 충원되었다는데 어찌하여 정치판은 여전히 세상의 더러움의 이데아가 되고 있는가.
정치하기 이전엔 깨끗한 관료였고, 명망 있는 학자였으며, 순수한 재야운동가로 멀쩡했던 이들이 어찌하여 그렇게 격앙되고 그렇게 쉽게 오염의 근원지가 되는가. 정치판에만 몸을 담으면 왜 그렇게, 자신과 자기당에 대해서는 그리도 관대하면서 상대에 대해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그렇게도 불안하게 공격적이 되는가. 왜 그렇게 쉽게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는가.
수사의 대상이 되면 ‘비리’가 아니라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운이 없는 또다른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붓는가. 화택(불난 집)인 정치판을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일까. ‘나’만은 진흙땅에서도 연꽃이 될 수 있다고 믿었을까.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뭐가 문제여서 모두들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시체가 되어 기진맥진, 남루해지는가.
모든 비리의 근원에는 돈이 있다. 독한 돈이 있다.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정치인도 알고 검찰도 알고 시민도 안다. 그러니 여론조사를 하면 정치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자금’을 꼽는 것이다. 그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자금’을 위해 지금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대선자금의 수사가 모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대선자금의 성역 없는 수사는 깨끗한 정치의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 모두 초기에는 “부패정치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의욕을 보였다. 나는 믿는다. 적어도 그 의욕만은 거짓이 아닐 거라고. 그런데 어찌하여 그 의욕이 시들시들 해지고 지금까지도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그건 정치판이 무리한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돈이 드는 정치풍토를 바꾸지 않고 의욕만 앞세우면 그것이야말로 실효성 없는 구호라고.
지금 우리 정치는 지역감정 위에, 돈과 조직으로 승부가 난다고 한다. 돈과 조직이 없으면 정치는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해보면 조직도 돈이 있어야 움직이는 거니까 문제는 바로 돈이다. 그러니 돈을 만들기 위해 위험해지고 무뎌지는 것이다. 오염이 되지 않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 바로 정치를 그만두는 것뿐이라면!
돈이 드는 정치풍토를 바꿔야 한다. 지구당을 운영해야만 하는 소선거구제를 검토,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광역단위의 공동사무실을 운영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하면 어떨까.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면서 국가가 철저히 공적 관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액다수의 당비를 모아 당을 운영할 수 있게 당비를 안내는 당원은 정당법상의 당원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소액다수가 중요하다. 그것이 이권청탁의 꼬리가 달린 돈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