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소의 집 2.장우동 3.애플하우스 4.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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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윤계상 2.손호영 3.김태우 4.다니엘 5.강호동
중학교 2학년인 내 조카의 도덕 형성평가문제다. 우리는 웃고 또 웃었다. 그런데 시험을 끝내고 선생님께서 그러셨단다. 다 맞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시험지 끝에는 정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일 년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과 처음 만났을 때 40여 시간의 기간 중에서 1시간이라도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된다면 선생님은 기쁠 것이라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선생님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합니다. 3학년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문제의 답을 달 필요는 없습니다. 이름과 번호만 써서 앞으로 내세요. 당신은 이제까지 무엇을 보고 달려 오셨습니까?”
문제의 답을 달 필요는 없습니다. 이름과 번호만 써서 앞으로 내세요. 선생님은 그것을 아주 작은 글씨 속에 감춰두셨다. 그렇게 감춰둔 뜻은 스스로가 만든 함정 속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시험은 뭐든 잘 봐야 맛이라는 생각에 왜 시험을 봐야 하는지, 시험내용이 이상한 건 아닌지 하는 성찰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그 이상한 시험문제를 내면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기를 기대하셨을 것이다. 무엇을 보고 달려왔냐고, 무엇을 보고 달려 가냐고.
조카는 그 도덕 선생님이 가르쳐주었다는 천상병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를 외고 있었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이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그 ‘행복’을 읽고 느낀 점을 써오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어떤 친구가 이렇게 썼단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다. 아빠가 직장을 다니시니 생활의 걱정이 없고 중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배움의 부족이 없고 아이가 없으니 책임질 일 없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이모, 걔 웃기는 애야, 하는 조카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돈이 좋다, 성공이 좋다, 그렇게 달려가다가 그야말로 돈 냄새 외에는 아무런 향기가 없이 되어버린 세상을 반성하게 하잖아. 나는 좋은 집에서 살고 명품으로 무장한 돈 많은 사람보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을 아끼고, 작은 돈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 나는 세상을 살 때 ‘나’의 느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선생님은 정말 느낌이 있는 사람이거든.
언제 얘가 이렇게 컸는가. 넌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 내가 좋은 학생이잖아. 그날 내내 하루 이천원으로 풍요로웠던 천상병 시인이, 조카의 이상한 시험지가 마음속에서 소리를 냈다. 너는 이제까지 무엇을 보고 달렸냐고, 앞으로는 또 무엇을 보고 달려갈 거냐고. 정말 우리의 문제는 못살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탐욕스럽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