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참석자를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미국 유명 가수 켈리 클락슨은 분홍색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분의 환호에 대비해 귀마개를 썼다”고 너스레를 떨며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입니다, 방탄소년단!”이라고 외쳤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그들은 하나의 곡으로 반짝 인기를 얻은 후 잊혀 가는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가 아니라 몇 해에 걸쳐 점차 인지도를 쌓은 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 갇혀 있었다는 한류 열풍이 방탄소년단을 통해 지구촌으로 확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 좌석 배치부터 달랐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열린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청받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세계적인 아이돌 가수인 저스틴 비버가 6년 연속 독식하던 부문이다.
이후 1년이 지났고, 방탄소년단은 다시금 빌보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18일 발표한 새 앨범의 신곡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신곡을 소개하는 영광을 누린 건 아시아 가수를 통틀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사진=방탄소년단 페이스북
게다가 이날 방탄소년단은 무대 정중앙 앞의 1열 자리를 배정받았다. 지난해에는 무대와 다소 거리를 둔 좌석에 앉았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 대우가 아닐 수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 애드 시런, 켄드릭 라마, 브루노 마스 등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을 되새겨본다면 이 같은 좌석 배치가 방탄소년단에게 주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한 대중문화 전문가는 “미국은 대단한 실용주의 시장이다. 때문에 좌석 배치는 해당 가수의 인지도와 명예를 철저하게 고려한다”며 “방탄소년단의 좌석은 지난 1년간 달라진 그들의 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수시로 잡혔다. 그들의 좌석 특성상 카메라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다른 가수들이 공연을 하거나 수상을 할 때 객석 반응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리액션이 수시로 전파를 탔다. 이 전문가는 “이 역시 주최 측의 노림수라고 볼 수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팬덤을 감안했을 때, 그들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타가 인정한 스타!
스타는 스타가 알아보는 법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쟁쟁한 글로벌 스타들 역시 방탄소년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 시상식에서 ‘톱 여성 아티스트’와 ‘톱 셀링 앨범’ 등 2관왕에 오른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SNS에 방탄소년단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BTS 4EVER(방탄소년단 영원하라)’라는 문구까지 새겨넣었다.
시상식 전에는 미국의 원조 아이돌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사진을 공식 SNS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에서 방탄소년단 7명과 백스트리트 보이스 5명 등 총 12명은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팬이다.(We are such huge fans of @BTS)”라고 쓴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자신들의 이름 약자인 ‘BSB’와 방탄소년단의 영문 그룹명 ‘BTS’를 합쳐 ‘BTSB’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진=백스트리트보이즈 트위터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프로듀서인 케반 케니는 방탄소년단의 리허설 무대를 본 후 “정말 굉장하다. 2017년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했던 ‘DNA’ 무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놀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 ‘톱 소셜 아티스트’ 2연패!
이날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또 다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해당 부문 2연패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데미 로바토, 션 멘데스 등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였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앨범·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등을 측정해 수상자를 가린다. 쉽게 말하면 ‘지난 1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가수’를 뽑는 것이다. 재해석하자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은 거느린 가수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은 수상 직후 소감을 밝히며 이 영광을 그들의 공식 팬클럽인 ‘아미(ARMY)’에게 돌렸다. 리더 RM은 “두 번이나 연속으로 이 상을 받으면서 ‘소셜’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우리 음악이 삶을 바꿨다고 말하는 팬들이 있는데 SNS를 통해 옮겨지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깨달았다”라고 소감을 유창한 영어로 전했다. 또 다른 멤버 지민 역시 한국어로 “이 상은 여러분(아미)들이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가수가 한국에 있는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