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60%대를 육박하는 박원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안철수-김문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단일화 성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2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안철수 후보, 김문수 후보, 박원순 후보가 조계종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모습. 이종현 기자
김문수 후보는 당초 “단일화는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후보, 두 분이 하라”고 말해 왔지만, 지난 5월 20일에는 “박원순 시장을 (선거에서) 그만두게 해야 되겠다는 데에는 ‘공감연대’가 있는데, 안철수 후보는 어떤지 모르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돌입하던 시점에선 김 후보를 향해 ‘국정농단 세력’이라며 비판을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많은 국민들이 누가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그 후보에 모든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문수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다시 당선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단일화를 한다면 시민들이 이길 수 있는 제게 표를 모아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두 사람 모두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현재 두 사람에게는 단일화만 한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 중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5월 19~21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후보는 51.1%, 안 후보는 13.9%, 김 후보는 9.1%를 나타내고 있다.
데일리안과 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와 함께 5월 18~1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도 박 후보는 60.1%를 기록하며 18.5%인 김 후보와 12.3%인 안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이 여론조사에서 김·안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30% 정도의 지지율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이탈표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은 지지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알앤써치는 위의 조사에서 단일화 후보로 양자대결이 펼쳐질 경우를 가정해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김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나올 경우, 박 후보는 60.9%, 김 후보는 22.0%를 기록했다. 반대로 안 후보가 단일화 후보로 나올 경우 박 후보는 60.2%, 안 후보는 22.6%를 나타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더한 수치인 30%보다 약 8% 낮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조사는 두 사람의 단일화가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김 후보와 안 후보가 끌어올 수 있는 지지층의 성향이다. 김 후보는 보수, 안 후보는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두 사람이 단일화하면 중도에서부터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모두 폭 넓게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박원순 대 안철수’ 구도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지지층’ 가운데 3명 중 한 명꼴인 33.2%만 안 후보를 지지했고, 58.9%는 부동층으로 돌아섰다. ‘박원순 대 김문수’의 경우에서도 ‘안철수 지지층’의 28.1% 정도만 김 후보를 지지했고, 65.8%가 부동층이라고 응답했다.
위의 여론조사에서 보듯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다 해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위권이 1위권을 따라잡을 수 있는 폭을 일반적으로 15%p 차이로 보는데, 박 후보를 1위로 두고, 안 후보와 김 후보를 합쳐도 15%p 차이로 안 들어온다”며 “사실상 단일화는 두 당에선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안 후보와 김 후보와의 단일화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의원은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단일화를 추진하거나 얘기해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꺼내고 나서 당 내에 반발이 많았다”며 “현실적으로 논의 자체를 꺼내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표방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15% 안팎을 웃도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후보가 10%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15% 이상이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와 중도보수의 단일화는 자칫 보수의 주도권 다툼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를 한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양측 모두 단일화에 선을 긋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의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 캠프 쪽에선 단일화 협상이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했다. 바른미래당 내에 일부 의원들이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바른미래당 내의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정서적으로 한국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쪽에 가깝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 한국당과 함께 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실 이들은 한국당과 경쟁을 하면 좋은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너무 압도적이니 이번 기회에 후보 단일화를 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라고 내다봤다. 김문수 후보 캠프 측은 단일화 질문에 “전혀”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위에서 거론한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