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삼바는 지난 18일 “17일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니 양 당사자가 콜옵션 대상 주식의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는 레터를 수령했다”고 공시했다. 공교롭게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1차 감리위원회가 열린 다음 날이다. 삼바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자체에 대한 의사는 지난 4월 24일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의지에 대한 억측이 많아 관련 문의를 하였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고 알렸다. 레터 수령 시점을 바로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시 및 공개 여부를 한국거래소·바이오젠과 협의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로써 삼바가 그간 주장해온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현실화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는 이른바 ‘삼바사태’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삼바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2015년부터 에피스를 공정가격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실제 콜옵션 행사가 일어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삼바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고의적으로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삼바 분식회계 논란은 삼바와 자회사 에피스,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 간의 지분관계로 시작된다. 삼바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각각 지분 43.44%와 31.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피스의 지분은 삼바와 바이오젠이 각 94.61%, 5.39%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설립 당시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삼바의 지분 가운데 45.51%를 넘겨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의지가 없었다고 봤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소식에 업계에서 “삼바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바이오젠에 접촉해 콜옵션 행사를 요구했다는 ‘삼성 접촉설’도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삼바가 바이오젠에 먼저 콜옵션 행사를 요청한 바 있으며 이번 바이오젠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또한 삼바의 요청에서 비롯했다는 의혹이다. 나아가 삼성물산이 바이오젠과 접촉해 콜옵션 행사를 통해 바이오젠이 보유할 에피스 지분을 사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바이오젠이 갑작스레 콜옵션 행사 의지를 밝힌 것은 시기와 정황상 삼성이 바이오젠에 요청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바 관계자는 “결정은 상대방이 하는 것”이라며 “우리 쪽에서 요청한다고 해서 상장사로서 이사회가 있는 회사에서 다 받아줄 리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 2015년 삼바가 바이오젠에 먼저 에피스의 지분을 늘리는 콜옵션 행사 요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당시 바이오젠은 그 대가로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했으나 삼바가 이를 거부하면서 콜옵션 행사는 무산됐다. 삼바는 금감원의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삼바 관계자는 “상장 전 콜옵션에 대해 논의했고, 바이오젠은 일정 조건이 맞으면 콜옵션을 행사할 의사가 있다는 정도의 의견을 밝혀온 것”이라며 “이후 상장 자체가 무산되며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바이오젠의 입장 표명으로 금감원과 공방에서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의 의지가 없는데 우리만 행사 가능성을 높게 해석한다는 것에 대해 확실해진 부분은 있다”고 덧붙였다.
삼바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의사와 관계없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정하게 회계처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회계처리 시점과 가치평가 적정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금감원은 합작 시점이나 콜옵션 행사 시점에 기준을 변경해야 일관성 있는 회계처리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21일 바이오젠에 ‘삼성 접촉설’ 등의 내용이 담긴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콜옵션 때문에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바 입장에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이제 와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해서 그간의 회계처리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2012년 설립 때부터 콜옵션에 의해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있었던 것이라면, 그때부터 회계처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젠에 질의서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삼바의 주장대로 설립 당시부터 삼바의 장부에 에피스를 관계사로 보고 시장가액으로 회계 처리했다면 삼바는 2015년 말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2012년 합작 당시부터 콜옵션 조항이 있었고, 행사가격이 5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오젠 입장에서는 투자한 가격보다 에피스의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 앞의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2년과 2015년 사이에 콜옵션을 이유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이유가 없는데, 2015년 들어 갑자기 변경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관련 공시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바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의 여러 조건 가운데 콜옵션 행사 시 상대방이 얻는 이득이 투자한 돈보다 훨씬 커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에피스가 설립만 되었지 얻는 이득이 없어 실질적으로 콜옵션에 드는 비용이 행사한 뒤 얻는 이득보다 작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어 “2015년에 회계처리를 변경한 이유는 그해 말 두 가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승인이 나왔고, 다음 해 1월에 나올 유럽 승인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은 건이 있어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시 실익이 많다고 봤다”며 “지분 가치가 콜옵션 행사 가격보다 현저히 큰 상태(깊은 내가격 상태)로 보고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콜옵션 행사하면 바이오젠 얻는 이익은? 미국 바이오젠이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면 얼마나 이득이 될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우선 현재 에피스 지분 5.39%를 보유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운데 45.51%를 넘겨받을 수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현재 가치가 측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증권투자업계에서는 바이오젠이 이번 콜옵션 행사로 얻을 실제 이익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비용은 약 7000억 원이다. 1주당 5만 원씩 출자원금 4600억 원에 이자를 더한 비용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7000억 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노무라증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평가보고서에서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22조 6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를 근거로 하면 바이오젠은 7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기업가치 22조 6000억 원 회사의 지분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의 가치를 5조 2000억으로 평가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바이오젠은 7000억 원을 투자해 2조 6000억 원의 가치를 얻는 것이어서 큰 이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제 가치를 따져봐야 하지만,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평가를 기준으로 해도 바이오젠은 1조 원 후반대의 이익을 얻는 것인데, 더욱이 에피스가 사업 성과가 가장 크므로 현재 가치는 더 높을 것”이라며 “바이오젠 입장에서는 기다릴수록 에피스의 가치가 오를 확률이 높지만 오는 6월 말이 콜옵션 행사 마감 기한이므로 이익을 최대한 볼 수 있는 지금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젠이 실제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기업가치 분석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추정치에 불과할 뿐 정확히 평가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