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원자바오 발언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긴축정책을 펼 경우 대중국 수출 감소액은 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었다. 총수출액 2천억달러의 2.5% 정도다. 그동안 중국경제는 10%에 육박하는 고속성장의 질주를 했다. 따라서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 대책없이 거품이 붕괴할 경우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번 쇼크를 확대 해석하여 우왕좌왕할 경우 우리 경제는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속도 조절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중국경제의 과열현상이 진정될 경우 가격 폭등과 품귀 현상으로 수급이 불안한 원자재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또 문을 닫고 중국으로 떠나는 기업들을 막아 산업공동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원화 가격이 하락할 경우 우리 나라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쇼크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실로 우리 경제를 희생물로 만드는 사전 경고로 보아야 한다. 중국이 과열 경제를 진정시키고 성장동력을 재정비할 경우 실로 무서운 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중국 예속의 길을 걷고 있다. 작년 한해 중국 수출은 4백9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5.7%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거둬들인 무역흑자는 2백51억달러로 전체 무역흑자액 1백50억달러의 1.7배나 된다. 중국에서 벌어오지 않으면 무역적자국으로 전락하여 현상유지조차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잠시 경기조절국면을 거쳐 다시 일어설 경우 우리 경제는 속수무책이 된다. 이미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은 물론 반도체, 철강, 자동차, 정보통신 등 고기술 산업에서 중국의 추월은 시간문제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중국의 수출인해전술에 숨이 막혀 시장을 완전히 내줘야 한다. 우리 경제는 벌써 국제 경쟁에서 전의를 상실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 인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9.9%, 8.4%, 5.7%에 달하는에 우리 경제만 유독 뒷걸음질치며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중국의 덫에 걸렸다. 깔려죽느냐 아니면 이를 악물고 밀고 일어서느냐 양단간에 서 있다. 이번 쇼크를 계기로 해서 우리 경제는 생존을 위한 제2의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4백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을 흡수하여 미래산업에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선언해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 나노, 한류문화, 생명공학 등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첨단 지식 산업에 집중 투자하여 중국의 선제 공략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의 중간 소개 산업과 기계 및 부품 산업을 육성하여 중국의 한국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부실 기업 정리와 투명한 경영을 위한 구조개혁 작업을 한시바삐 끝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