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마사회
필자가 보는 우승의 원동력은 당일 최상의 컨디션과 최고용병 다실바의 기승술이었다. 직전 KRA 컵 마일 때는 출전공백으로 인해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했기에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노련한 다실바 기수가 외곽전개를 펼쳤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제 페이스로 힘 안배를 했던 것도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었다.
첫 번째 관문인 KRA 컵 마일에서는 디바이드윈드가 우승했고, 이번에는 엑톤블레이드 우승해 삼관마 탄생은 물건너 갔지만, 삼관 조교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부산 최고 아니 대한민국 최고 조교사 김영관의 삼관달성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코리안더비를 복기해본 결과, 마지막 관문인 농림부장관배에서도 김영관 조교사가 관리하는 마필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바이드윈드와 엑톤블레이드가 또다시 동반출전할 것이 유력시 되는데, 이 중에서 엑톤블레이드가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이번 코리안더비에서 엑톤블레이드가 보여준 능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년 전 삼관마로 등극하며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파워블레이드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앞으로 부상이나 질병 없이 관리가 잘 된다면 최고의 자리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날 더비경주의 2위는 최근에 상승세가 뚜렷했던 마스크가 차지했다. 인기마 디바이드윈드가 졸전을 펼쳤고, 월드선은 직선주로에서 심한 방해를 받았기에 어부지리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복기를 해본 결과는 달랐다. 경주 내용이 좋았고, 설령 월드선이 방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마스크는 2위가 가능했다고 판단된다. 어부지리가 아닌 자력으로 보는 것이다.
직전 미리보기에서도 우승마와 차이가 없었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지녔기에 강력한 도전마로 분류한 바 있다. 상대마들이 못 뛴 면도 있지만, 자리잡기에 실패하며 시종 외곽을 돌았음에도 2위를 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3위는 디바이드윈드를 목차로 따돌린 초인마가 기록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노련한 최범현 기수가 안쪽 선입의 최적전개를 펼치며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는데, 인기마 디바이드윈드가 당일 컨디션 저하와 최외곽의 불리함으로 무너졌고, 월드선은 방해를 받았기에 초인마의 3위는 어부지리로 볼 만하다. 다만 이전 경주와 비교해볼 때 경주력은 분명 회복된 느낌이다. 예상보다 차이도 크지 않았고, 끝걸음도 좋아져 능력 정체에서 벗어난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다음 농림부장관배에서는 2위 이내 입상은 어렵겠지만, 일반경주에서는 강자로 분류해도 무방하겠다.
기대를 모았던 디바이드윈드는 앞서 밝힌 대로 당일 컨디션 저하와 최외곽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한 채 4위에 머물고 말았다. 스타트도 상대적으로 늦어 앞선에서 경주를 펼치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인기 3위였던 월드선은 직전과 달리 출발을 잘 했고, 추입작전으로 맞섰는데, 막판에 디바이드윈드에게 방해를 받으며 5위에 머물렀다. 필자가 복기를 해본 결과 방해를 안 받았어도 2위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둔다.
이외의 나머지 마필들은 역시 현격한 기량 차이를 보였다. 미리보기에서도 밝혔듯이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둘 뿐, 그 외에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이번 코리안더비의 결과를 분석해 볼 때 삼관경주 마지막 관문인 농림부장관배(6월 13일, 2000미터)에서도 엑톤블레이드가 우승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만약 다실바가 또다시 기승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출전한다면 우승에 대한 기대치는 좀 더 가질 수 있겠다.
상대마는 역시 디바이드윈드, 마스크, 월드선 세 마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은 첫 관문이었던 KRA컵 마일에서 1위부터 4위를 기록한 네 마필이 두 번째, 세 번째 관문까지 간다고 보는 것이다. 경마 자체가 항상 이변을 내포하고 있으며, 큰 대회일수록 변수가 많긴 하지만, 엑톤블레이드를 비롯한 네 마필의 능력이 단연 앞서있기에 나머지 마필들은 입상 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상대마 세 마리 중에서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디바이드윈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늘 선행으로 입상하던 마필에게 늦출발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중후미에 처져 경주를 전개했다. 게다가 따라붙으려 했지만 안쪽의 마필들이 타이트하게 거리를 같이 좁히며 동시에 움직여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후미에서 얌전히 따라가느니만 못한 상황으로 바뀌었지만 막판 걸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2, 3위마와의 거리 차이가 이 같은 판단에 대한 반증이다.
아무튼 이번 코리안더비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엑톤블레이드가 최강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영관 마방의 동반입상은 실패했지만, 여전히 김영관은 강했다. 매년 새로운 강자를 발굴해내고, 최고마로 키워가는 김영관 조교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음 농림부장관배에서는 두 마필이 나란히 1, 2위를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그래야 다른 조교사과 마주들이 자극받고 노력하지 않을까.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