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합당한 바른미래당이 공천 갈등으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3일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원장 겸 서울시장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가운데)은 최근 송파을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은숙 기자
원내 제3당이자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창당부터 쉽지 않았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과 영남을 기반으로 한 바른정당이 중도를 표방하면서 뭉치며 ‘선거용 정당’이라는 오명까지 들어야 했다. ‘창업주’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을 강행하면서 국민의당 합당 반대파는 짐을 싸서 나갔고 평화민주당이 만들어졌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의원들의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으면서 국민의당 합당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바른정당만의 색깔을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합당에 반대하는 김세연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인숙 의원 등으로 구성된 탈당파는 결국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렇게 각 당의 반대파를 넘으며 결국 합당에 성공했지만 합당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한 지붕 두 가족의 화학적 결합이 쉬운 게 아니었다.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합당할 때부터 서로 다른 생각이 있어 보였다. 결합된 한 당이 아니라 두 당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방선거로 넘어오면서 두 당은 서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모든 당이 그렇듯 공천이 문제였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인 노원병과 송파을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두 보궐선거 지역에서 어느 쪽 집안 인물이 나갈 것인가 경쟁이 치열해졌다. 안철수 계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유승민 계 이준석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갈등을 빚다 결국 이 위원장으로 정리됐다.
문제는 후보등록 마감을 하루 남겨둔 24일까지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송파을이었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미는 손학규 중앙선대위원장 전략공천론과 여론조사 경선 1위를 차지한 박종진 전 채널A 앵커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최고위원회의도 국민의당 인사 측 4명, 바른정당 인사 측 4명이 모여 8명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표결 처리도 힘든 상황이었다.
국민의당 출신 측은 ‘박종진 앵커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바른정당 측은 ‘경선 1위를 차지해 올라왔는데 무슨 근거로 권한을 빼앗느냐’는 입장으로 대치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정무적 판단이 없는 정당’이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유승민 공동대표도 ‘드릴 말씀이 없다. 오늘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결국 25일 손학규 위원장이 국회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천이 마무리됐다. 손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분열로 치달아 저의 생각을 접는다”며 불출마 결정을 밝혔다. 양 계파 대립으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던 판이 그나마 손 위원장의 결정으로 해결된 셈이다.
문제는 서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두 개 지역구에서도 공천에 난항을 겪었는데 나중에 총선은 어떻게 치르냐는 내부의 피로감이다. 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총선까지 갈 것도 없이 지방선거에서 참패로 결론이 나면 선거 직후 갈등이 불 보듯하고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솔직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라며 “뭔가 지각변동이 있을 것 같긴 하다”고 귀띔했다.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출마한 한 후보는 “지금 선거가 코앞인데 바른미래당 당 지지율이 정의당보다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중도의 기치를 들고 계속 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사상 대부분의 정당이 선거에서 참패하면 정계개편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결과는 피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의당 관계자도 앞날을 어둡게 봤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선거 운동은 뒷전이고 갈등만 빚고 있는데 앞날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전 대표의 리더십으로 두 당이 융합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송파을 하나도 정리를 못해서 25일까지 끌어온 것을 보면 어쩌면 분당하는 게 서로를 위한 일일 수도 있겠다”고 털어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놀랄 게 없다. 애초에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화학적 결합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라면서 “하지만 분당은 어렵다. 총선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 분당을 해서 얻는 이익이 양쪽에 없기 때문이다. 분당한다고 해서 유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으로 갈 수도 없고, 안 후보가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 불안한 동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