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2주기 추모 문화제 포스터.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의역 2주기 추모 문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의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의 말을 들어봤다.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통계를 2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수집해서 집계했는지 더 확인해봐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역시 사고가 줄었을 거라고 본다. 작업 인력이 늘고, 관리도 잘 되고, 정규직 전환해 한 회사에 소속되다 보니 서로 더 신경도 쓰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계를 들여오고, 차량을 바꾸는 등의 개선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시의 발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울시의 발표처럼 정규직 전환은 완료된 것인가.
“정규직 전환은 완료됐다. 하지만 채용 방식이 다르다보니,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일반 직원들과는 3년 정도 단계를 둬 호봉을 맞춰가는 것까지 얘기가 됐다. 이번 발표에서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 이후 보수가 95%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수치는 어느 직원에 맞춰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A 직원을 보면 맞지만, B 직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액수다. 서울시가 성과를 알리기 위해 최고의 처우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 나왔던 대책 중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면.
“당시 우리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현장에서 바뀌어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다음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조와 회사, 민간전문가, 정부와 서울시가 참여하는 노사민정안정위원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민정안정위원회는 실제 준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회사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맡겨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아주 제한적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운영하는 경영진의 문제도 아직 있나.
“구의역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는 바로 ‘작업자의 실수다’라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를 했다. 사고에 대처하는 문화적인 측면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느냐’는 구조적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데, 여전히 ‘누구 책임이냐’를 먼저 따지고 있다. 관리자들의 사고를 대하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고 현장에 마지막에 있었던 작업자가 책임 당사자로 지목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추가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야간 점검에 대한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현재 새벽 1시까지 지하철이 다니고, 다음날 첫차는 오전 5시 20분에 나간다. 밤에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4시간이라는 의미다. 현장까지 들어가고 나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3시간도 안 된다. 이에 노조에서는 야간 점검 시간 확보를 위해 연장운행을 예전처럼 자정까지만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오히려 24시간 ‘올빼미 지하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전은 경영진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근데 구의역 사고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런 의식이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구의역 사고 2주기를 앞둔 23일 서울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사고 당시 김 군의 동료였던 A 씨 역시 2년 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년 사이 승강장 안전문 고장 사고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부분에서는 확실히 나아졌다. 2인 1조 업무 등 지켜야 할 수칙도 다 지켜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1호선과 4호선의 경우 관리소가 아직도 4개밖에 없다. 한 개 관리소가 30개 정도 되는 역을 담당해야 한다. 야간에는 보통 월간 점검을 하는데 담당이 30개 역이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1개 역씩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작업을 할 인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개 관리소에는 평균 13명 정도 배치돼 휴무자 등을 빼면 실질적으로 근무하는 인원은 9~11명 수준이다. 그 중 주간에 다 마치지 못한 미조치 장애 수리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이 있다. 또한 당직근무, 상황접수 대기 등을 제외하면 월간 점검에 들어가는 인원은 4명 정도다. 그런데 한 역당 스크린도어는 80개다. 4명이 아무리 많이 해봐야 40개가 한계다. 세밀한 점검을 하기는 여건이 어렵다. 이에 2개 관리소를 증설한다는 논의가 작년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이들 관리소에 군대 간 인원이 20여 명 있다. 그럼 결원을 충원해줘야 하는데 계약직 2명 외에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자들은 여전히 사고의 책임을 현장 작업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눈총을 받고 있는 건 맞다. 앞서 설명했듯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예전보다 인원이 확충됐다는 핑계로 사고책임을 개개인 작업자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인원이 늘었지만 그만큼 점검해야 할 역도 늘었고, 책임져야 할 업무 분야도 많아졌다. 일부 역은 우리가 승강장 내 CCTV도 관리하고 있다. 차량기지 내 통신장치 유지보수도 우리의 업무로 넘어왔다.”
—김 군의 동료로서 2년 전 사고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 등 신체적·심적 어려움은 없었나.
“솔직히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료들은 아직까지도 선로 쪽에서 정비를 할 때 공포를 갖고 있다. 그건 영원히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울시에 심리치료 상담 등 지원 제도는 없나.
“그런 지원 제도가 있었다면 받지 않았겠나. 그런 게 있다고 따로 듣지 못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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