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실소유주 여부는 결국 재판을 통해 판가름날 예정이다. 현재로서 MB가 다스 실소유주란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핵심 측근들의 자백은 물론 이명박 청와대가 직접 작성한 문서는 다스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가리킨다. 특히 MB 아들인 이시형 씨(전 다스 기획본부장)를 정점으로 한 경영 승계 작업은 MB가 다스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2010년 8월 9일 다스에 입사한 이 씨는 빠른 속도로 회사 경영권을 장악했다. 2015년 4월에는 ‘제2의 다스’로 불리는 현대차 협력업체 에스엠(SM)을 설립했다. 에스엠은 다스로부터 자금과 일감을 몰아 받고 자산 수백억 원대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에스엠 가격합의서’(이하 합의서)를 보면 다스가 이 씨 회사를 어떤 방법으로 지원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에스엠은 2015년 6월 다스와 7개 차종, 43개 부품에 대한 납품 계약을 맺었다. 납품가액은 ▲제품 원가에 해당하는 ‘재료비’ ▲완제품 제조에 투입되는 ‘가공비’ ▲하청업체 몫인 ‘일반관리비 및 이윤’을 더한 값으로 구성됐다. 합의서에서 제품가는 다스가 에스엠에 지급할 부품당 단가를 가리킨다.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에스엠 가격합의서’(이하 합의서). 다스가 이시형 씨 회사를 어떤 방법으로 지원했는지 알 수 있다.
43개 부품 가운데 납품 수량이 가장 많은 PU/HR 기종 RECL ASS‘Y 4개 품목은 기존가에 비해 12~13% 단가가 상승했다. X3 기종은 기존가에 비해 파격적인 30% 인상률이 적용됐다. 일부 단가가 하락한 품목도 있지만 전체 마진을 따졌을 때 다스가 에스엠에 유리한 계약을 맺은 것은 틀림없다. 전체 품목의 단가가 내려간 BK 기종의 경우 하락폭은 5~6%에 그쳤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고 있다. 2018.05.23. 사진공동취재단
에스엠은 지난해 다스에서만 67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 매출(51억여 원)과 비교하면 20% 이상 내부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또 에스엠에 인수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온(옛 혜암)과 디엠아이는 각각 다스로부터 265억 원, 42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회사 역시 전년 대비 내부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상은 대표의 아들 이동형 씨(전 다스 부사장)가 지분을 가진 협력업체 에스비글로벌로지스와 아이엠의 내부거래는 감소했다. 이 가운데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2016년 237억 원에서 이듬해 117억 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스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에스엠 자회사인 다온에 108억 원을 지원했다. 다스 협력업체 금강 역시 다온에 16억 원을 대여했다. 또 다스는 다온의 납품 단가를 에스엠처럼 기존가 대비 15%가량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엠의 또 다른 자회사 디엠아이는 다스로부터 11억 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엠아이에 대한 회계감사를 한 서일회계법인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스의 지원 여부에 따라 (디엠아이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이 씨 회사에 대한 다스의 조직적인 지원이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에스엠 전신인 창윤산업을 운영한 한승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에스엠 설립 당시 MB 일가가 다스 경영 승계를 위해 창윤산업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특히 MB 일가가 창윤산업의 사업권을 양수하면서 본인들에게 불리한 채무를 승계하지 않은 부분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사업 양도양수 계약에서 양수자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산은 물론 채무까지 인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스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과 친족 회사 부당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씨 등 다스 전현직 임원은 “다스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상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다스 해외 비자금 연루‘ 미국 합작법인 슬그머니 청산 몰아받던 일감이 ’대표 이시형‘의 새 법인으로… 다스는 지난 4월 1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미국 현지법인인 DAS-Johnson Controls, LLC(이하 다스존슨컨트롤스)의 청산 사실을 밝혔다. 다스존슨컨트롤스는 2003년 다스가 미국 앨러배마주에 설립한 CRH-DAS, LLC(이하 씨알에이치다스)가 전신이다. 당시 다스는 독일계 자동차 시트 제조사인 CRH(C.롭.해머슈타인그룹)와 공동 투자로 씨알에이치다스를 설립했다. 이후 CRH는 자동차 부품사로 알려진 Johnson Controls, Inc(존슨컨트롤스)로 합병됐다. 인수합병은 2010~2011년 사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다스는 2014년 CRH의 인수합병을 이유로 기존 씨알에이치다스란 사명을 다스존슨컨트롤스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다스존슨컨트롤스를 청산했다. 2016년 기준 다스가 가진 다스존슨컨트롤스 지분(50%) 가치는 5억 원이다. 2010년에도 장부상 가치는 30억 원대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11년 기준 자산총액 500억 원, 매출 1444억 원에 달하는 규모가 큰 해외법인으로 확인된다. 다스가 국내 제품을 생산해 부산항으로 보내면 씨알에이치다스는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받아 이를 포드 등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2년 전후 씨알에이치다스는 매출이 감소하더니 5년도 못가 폐업 절차를 밟았다. 다스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스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 새 법인(DAS North America, Inc)을 세우고, 이후 일감을 다스존슨컨트롤스가 아닌 새 법인에 몰아줬다. 새 법인 대표는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다. 다스 안팎에선 씨알에이치다스의 갑작스런 폐업이 이명박 일가의 해외 비자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다스는 씨알에이치다스로부터 해외 매출채권을 회수했다는 명목으로 120억 원의 비자금을 회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합작회사인 CRH는 다스에 어떤 항의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CRH가 다스에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 사업은 다스가 단독으로 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내 물류 업무를 도맡은 씨알에이치다스가 납품 단가, 운송비 등을 조작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세청은 다스 한국법인과 미국법인의 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여부를 최근까지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CRH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일가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