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21세기 들어서 선진국 진입의 희망을 품었던 국민들은 좌절에 빠지고 있다. 노동파업, 자본파업에 이어 이제 정치파업마저 일어나 경제기능이 점차 마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경제는 심각한 고통 속에 신음소리를 내는 중병환자 상태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0% 이상씩 감소하고 있고 생산증가율은 거의 1년째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은 고유가와 저환율로 비상상태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증가율은 곧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경제의 기본 동력인 생산 활동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영업을 해도 이자도 못 갚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70%의 기업들이 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들의 고통은 날로 심화되고 가구당 부채가 평균 3천만원을 넘어 국민부도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80년대 말 민주화 열풍과 함께 분 노동파업은 노동조건의 개선효과는 가져왔지만 근로자들에게 자승자박의 고통을 안기고 있다. 90년대 이후 급부상한 중국경제가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 거의 같은 기술수준에 중국대비 인건비가 10배가 넘고 땅값은 40배가 비싸다. 그러나 노사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파업이 꼬리를 물고 있다. ‘침몰위기를 맞은 배’위에서 같이 죽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IMF의 대풍랑을 겪은 뒤 우리 경제는 자본파업이라는 또다른 암초를 만났다. 과거 기업인들은 황무지 같은 경제여건 하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화적인 가업가정신이 있었다. 그러한 기업가 정신은 IMF 위기와 함께 무덤으로 갔다. 여기에 금융기관들이 대거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면서 아예 기업금융은 포기하고 소비자를 인질로 잡고 돈놀이만 일삼고 있다. 자본파업 현상은 최근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계열금융사 의결권 축소 등을 놓고 정부와 기업이 대대적인 기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이 각각 자기편을 들어 가세하자 경제는 깊은 상처만 안았다.
정치파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이 의지하고 바라보는 것은 정치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자신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서로 색깔 씌워서 죽이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안 룰렛을 당장 멈추고 민생에 ‘올인’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기업도 자본파업을 멈추어야 한다. 규제, 개혁 등을 빌미로 투자를 멈추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하는 자해행위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업을 벌이고 근로자들에게 생존의 길을 열어주는 감동의 경영을 해야한다. 근로자들의 의식전환도 절실하다. 극한투쟁을 지양하고 위기극복 정신을 가져야 한다. 고통에 눌려 좌절하기보다는 극복의 의지를 가지면 고통은 기쁨이 된다. 위기감은 최고의 경제회복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