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갈등, 부자와 가난한 자의 빈부갈등, 경영자와 노동자의 노사갈등, 도시와 농촌 간의 도농갈등 등 다원화한 갈등구조가 날로 확산되면서 경제와 사회의 숨통을 막고 있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현행 경제 정책이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하에 지속적인 구조조정, 기업 규제완화와 기업도시 건설, 경기부양을 위한 뉴딜정책 등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투자여건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구조가 양극화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소지도 있다.
가계 대출과 카드 발행 자유화를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시도했던 2002년과 2003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6.3%와 2.9%에 달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거꾸로 각각 3만개와 4만개가 줄고 개인부채는 5백조원 그리고 신용불량자는 4백만 명이 발생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억지로 돈만 풀어서 일자리는 잃고 빚더미만 쌓이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그리고 빈부 간의 격차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사람이 존중되고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업경영의 새 패러다임 구축이 절실하다. 사람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시키고 쓰는 경제운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회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근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과로체제의 인력구조를 학습체제의 인력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주 44시간 이상 근무하는 장시간 노동자가 9백만 명이 넘는다. 주 56시간 이상 일을 하는 초과근로체제의 노동자만도 2백90만 명이 넘는다. 연간 직장내 산재사고자가 9만5천 명, 산재사망자가 2천9백 명이다. 개인과 가족들의 불행은 차치하고라도, 손실금액만 12조원이나 된다.
이들 직장을 주 40시간 연 2천 시간 근무하는 정상적인 직장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2천만 명이 넘는 직장인들의 산재가 획기적으로 주는 것은 물론 2백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직장 내 평생학습체제를 구축하여 10% 내외의 평생학습 예비조를 제도적으로 확산해 나간다면 최소 1백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한마디로 과로체제를 학습체제로 바꾸면 비용절감, 신규고용 창출, 노동자 역량강화와 지식산업기반 구축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과제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 걸림돌이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 노동자, 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형식으로 극복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람중심의 경제·사회 발전, 그리하여 고용과 성장이 함께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 이것이 새해 우리경제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