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이필상 교수 | ||
그러나 이러한 소비회복은 서민들과 별 관련이 없다. 실직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별따기보다 어렵고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연쇄부도의 수렁에 빠져 있다. 여기에 재래시장은 찬 기운만 감돈다. 고용률이 60%에 머물고 가계부채가 3천2백만원으로 증가한 사실이 서민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50대 상장기업의 2004년 매출과 이익은 1999년도에 비해 각각 67%와 115%나 늘었다. 그러나 직원수는 거꾸로 0.4% 줄었다. 이는 기업들이 사람을 덜어내는 대신 자동화와 기계화로 이익을 늘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자 서민들이 실업자로 내몰리고 살 길이 막연하다. 소비회복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부분적인 현상일 뿐이다. 실제로 최근 소비회복세는 설 때 대기업이 푼 5조원 규모의 상여금이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경기회복은 경제 양극화만 심화시킨다.
실로 두려운 사실은 중국경제의 해일이 문턱에 다가온 것이다. 중국경제의 거센 파도가 밀어닥칠 경우 고소득층이건 서민층이건 중국경제에 휩쓸려 쓰러진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해일의 주의보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경제단체장의 자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박용성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지금 제품개발 노력을 하지 않으면 10년 안에 다 죽는다”고 단언을 했다. 이미 중국경제는 우리경제를 추월하여 기술격차가 2~3년밖에 나지 않는다. 여기에 임금은 1/10, 땅값은 1/50밖에 되지 않아 고정비용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여기에 일본경제가 다시 일어서며 우리 경제의 진로를 막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 길은 무엇인가? 우선 기업들이 다시 일어나 기술과 제품개발로 중무장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선점하여 중국경제의 우리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중국산업 발전을 우리의 성장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기존의 산업은 물론, 신소재, 나노, 항공우주 등 미래산업에서 기술우위를 확보하면 중국경제가 성장할 때 우리경제는 함께 성장하는 동반효과가 발생한다. 파도가 거센 태평양을 건너는데 중국이라는 고래등을 타는 격이다.
다음 필요한 일은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사람을 교육시키고 쓰는 것이다. 젊은이들과 서민들을 실업자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하여 배울 수 있게 하고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 투구하여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야 한다. 더 나아가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사회진출 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인적자원의 공급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과장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올 해일에 대비하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