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 ||
그러나 터너가 제시한 기한을 15년이나 넘긴 지금 미국에서 신문의 소멸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뉴욕타임스>는 1년 내내 최고의 기자들을 스카우트한다. 그렇게 해서 최고 품질의 기사를 생산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02년 이 회사의 순이익은 3억달러에 달했고 총 매출액은 30억달러가 넘었다. 순이익이 당시 환율로 3천6백억원에 이르러 한국 최대 신문의 전체 매출액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3년 전 광고문제로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맞았던
눈을 돌려 한국 신문 업계를 보면 상황이 크게 바뀐다. 우선 경영 상태가 어느 신문 할 것 없이 모두 어렵다. 10여 개의 전국일간지 가운데 수지를 맞추는 회사가 2~3개에 불과하다. 흑자를 내는 회사는 그 규모가 수십억원에 그치고 적자를 계속 내는 대부분 회사들은 너나없이 명예퇴직과 상여금 삭감, 심지어 임금지불 지연 등의 비상조치로 생명을 이어간다.
그러다 보니 신입기자의 채용규모가 줄고, 경력기자를 스카우트하는 일도 빈자리 메우는 수준에 멈춘다. 세계화는 속도를 내 진행되고 국제문제에 대한 기사수요는 늘지만, 해외 특파원의 증원 등 취재능력의 확충은 꿈도 꾸지 못한다.
과연 한국 신문은 이렇게 쇠퇴하고 말 것인가.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가. 회사의 존망에 대한 책임은 결국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1896년 다 쓰러져가던 <뉴욕타임스>는 아돌프 옥스라는 탁월한 발행인의 리더십으로 미국 최고의 신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옥스는 당시 선정주의로 치닫던 뉴욕 신문시장에서 과감히 정론 중심의 고급신문 전략을 선포한다. “가치 있는 모든 뉴스를 싣겠다”, “두려움도 특혜도 없다” 등은 당시 옥스가 사시로 내걸었던 가치관이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가치관들이 타협 없이 실천됐기 때문이다. 한국 신문의 위기는 이제 기자들이나 편집자 수준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회사간 통폐합에서부터 인사 관행의 혁신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를 기획하지 못하면 한국 신문의 설 자리는 미국 신문보다 훨씬 빠르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