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그렇다면 부동산투기가 이렇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 원인은 자금흐름의 왜곡이다.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팽창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은 4백조원이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어 돈이 흐를 곳이 없자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든 것이다. 둘째, 정부정책의 불신이 부동산 투기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취한 10·29대책은 강남권 아파트 값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효과가 컸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다주택자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후 정부가 온탕냉탕식 정책을 편 것이다. 정부는 주택시장의 거래위축을 이유로 투기지역으로 묶었던 지역을 다시 부분 해제하는 정책을 폈는가 하면 부동산 관련세의 중과를 놓고 부처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한다고 했다가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결과적으로 안전진단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리하여 안정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셋째, 재건축시장의 수요를 무시하고 공급을 억제하는 억지정책이 부동산가격상승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교육의 붕괴로 과외가 보편화되면서 그 수요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재건축을 인위적으로 봉쇄하는 정책을 펴자 가격은 연속 상승하는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재건축 비리와 투기적 거래의 뿌리를 뽑겠다고 재차 선언하고 분양승인 보류, 투기조사, 개발이익 국고환수, 보유세 강화, 양도세 실가과세 등 전방위적인 재건축과 부동산 투기 옥죄기에 나섰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으로 투기를 잠재우고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부동산 거래를 동결시켜 억지로 값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임기응변으로 끝날 수 있다. 향후 부동산 투기는 잠복기간을 거쳐 반대로 더 기승을 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투기억제정책이 주택의 공급을 위축시켜 물량이 부족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정부정책의 생명은 신뢰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 부동산 관련 정책만 발표하면 가격이 오르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그 동안의 실책을 되돌아보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야 한다. 그런 다음 기업투자를 활성화하여 시중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요증가에 맞추어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하여 시장의 힘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