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일요신문]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팬들에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한 명인 한 솔로가 단독 영화로 나왔다. 최근 개봉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다. 이 영화는 1977년작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 등장하기 전 한 솔로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에 빠져 살았던 덕후로서 본 기자는 개봉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제작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논란이 들려왔기 때문.
먼저 가장 중요한 주인공 한 솔로 역에 대한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다. 자유분방하고 가벼운, 그러면서도 불의를 참지 못하는 한 솔로는 영화 역사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가 지난 2015년 ‘한 솔로’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하자 한 솔로 역을 따내기 위해 내로라하는 헐리우드의 남자 배우들이 도전했다. 아론 테일러 존슨, 마일스 텔러, 안셀 엘고트, 테론 에저트, 잭 오코넬, 크리스 프랫, 스콧 이스트우드 등 약 2500명의 배우들이 한솔로 스크린 테스트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솔로 역은 엘든 이렌리치에게 돌아갔다. 캐스팅 소식을 들은 스타워즈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테론 에저트나 잭 레이너보다 인지도도 낮았고, 한 솔로 캐릭터를 만든 해리슨 포드와도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어 기존에 메가폰을 잡았던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감독이 교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는 촬영 종료를 3주 앞둔, 이미 80% 이상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영화 역사에 전례 없는 일이었다.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두 감독은 애드리브를 적극 사용하는 등 유머러스한 영화를 원했는데, 제작사 디즈니가 이를 마땅치 않아해 마찰을 빚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디즈니는 감독 교체 사유에 대해 창작 견해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두 감독의 빈 자리에 구원투수로 ‘백전노장’ 론 하워드 감독이 투입됐다. 론 하워드 감독은 바로 기존 촬영본 대다수를 폐기하고 재촬영에 돌입했다.
이에 스타워즈 팬들의 우려는 더욱더 커져갔다. 너무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영화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첫 예고편이 등장했을 때까지도 한 솔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분위기에 영화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스타워즈 에피소드8-라스트 제다이’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기자 역시 스타워즈 팬으로서 그 동안의 애정이 무너지지 않게 차라리 개봉하지 않았음을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론 하워드 감독은 괜히 베테랑이 아니었다. 개성 넘치고 독특한 걸작은 아닐지라도, 기성복 같이 매끄럽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어드벤처를 만들어냈다.
한 솔로가 거대한 우주 전쟁에 합류하기 전 어떻게 최고의 파일럿이 됐는지, ‘영혼의 파트너’ 츄바카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소문난 밀수꾼’ 랜도 칼리시안에게 어떻게 밀레니엄 팔콘호를 받았는지 등의 과정을 유쾌하고 화려한 액션과 함께 그려냈다.
특히 랜도 칼리시안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밀레니엄 팔콘이 처음 위용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스타워즈 덕후 외국인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일반 팬들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팬들의 덕심을 자극하기도 충분했다.
‘한 솔로: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솔로’ 역시 단편이 아닌 후속작이 이어지는 하나의 시리즈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풀어놓은 떡밥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한 솔로의 옛 연인 키라(에밀리아 클라크 분)가 숨긴 비밀도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 키라가 속한 ‘우주 최강 악당조직’ 크림슨 도운의 실체도 드러나지 않았다.
실제 디즈니는 한 솔로 역의 엘든 이렌리치와 2편의 영화를 더 계약하며 일단 3부작으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한 솔로’ 영화가 1편이라고 한다면 후속작에서 더 보여줄 게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한 솔로’는 개봉하면서 액션 장면만 90분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실제 영화는 카체이싱부터 총격전, 우주선 비행까지 다양한 액션을 정신없이 보여준다. 2편에서 비슷한 액션들이 이어진다면 식상함과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다.
#2 ‘한 솔로’ 영화의 마지막, 스타워즈 덕후들이 너무나도 기다려온 또 하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다스 몰이다. (실제 다스 몰이 모습을 드러내자 극장 안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다스 몰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만 악당으로 잠깐 등장한다. 하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지, 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피규어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디즈니에서 다스 몰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로 결정한 듯하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다스 몰은 우리가 이전에 본 다스 몰은 아닐 것이다. 스토리 타임라인 상 맞지 않기 때문. ‘한 솔로’의 배경은 ‘스타워즈 에피소드3’와 ‘로그 원’ ‘스타워즈 에피소드4’ 사이다. 우리가 아는 다스 몰이 죽는 시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다. 심지어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분)에 의해 라이트세이버에 몸이 두 동강 났다. 설사 우주의 최첨단 의학기술로 몸을 붙여 살려냈다 냈고 당시 다스 몰 나이가 20대라고 하더라도, ‘한 솔로’는 20여 년 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40세가 넘는다. 따라서 그는 다스 몰의 아들이나 후예가 아닐까 추정해본다. 그럼에도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크다.
#3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국 시장에서 처참한 부진은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개봉 4일차인 지난 28일 기준 ‘한 솔로’ 누적관객수는 13만 5000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솔로’는 미국 최고 영화 흥행대목 중 하나인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맞춰 4000여 개 스크린에 내걸었지만, 흥행기록은 4일간 1억 100만 달러(1085억 원)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2002년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낮은 개봉 주말 흥행수입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