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결혼 직전 한 달 가까이 아내와 유럽 여행을 다녀왔단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빙상연맹 취재과정에서 만난 이승훈의 동료 빙상 선수 2인과 빙상 코치에 따르면 이승훈은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아내와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국제전화 통화 기록까지 나왔다. 보통 부부는 일주일짜리 신혼여행을 간다. 이승훈은 이보다 긴 장기간 부부 여행을 결혼 직전에 갔다 왔다.
이승훈은 빙상연맹에 불참사유서를 제출하고 예비 신부와 한 달 가까이 유럽여행을 결혼 직전 떠났다.
이승훈 소속사 브라보앤뉴의 해명처럼 어쩌면 신혼여행은 결혼 뒤에 가야 성립하는 단어일지 모른다. 다만 이승훈은 2017년 4월 21일 “개인적인 훈련과 치료를 위해 이번 훈련단에 불참한다. 선수촌 외부에서 개인적인 훈련이지만 성실하게 국내외 대회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2017 스피드 훈련단 불참 사유서’를 빙상연맹에 제출하고 아내와 유럽엘 갔다. 이승훈을 제외한 빙상 선수 대부분은 여름 대표팀에 합류해 진땀을 흘렸다. “단체 경기는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 말해 온 그였다.
이승훈이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에게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때 선물했던 메달 기념품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승훈의 과거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이승훈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 정재원에게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밝혔었다. 실제 2000만 원짜리 자전거를 정재원에게 선물했다. 이를 두고 한 선수는 “이번 동계올림픽부터 페이스 메이커가 논란의 중심에 서자 어떻게든 이를 무마하려 했던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승훈의 과거 행동 탓이었다. 이승훈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딴 뒤 메달과 함께 받은 모형 비행기를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에게 줬다.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고 전해졌다.
정재원과 나란히 손잡고 태극기를 든 이승훈. 정재원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사진=연합
이승훈의 태극기 세레모니 역시 동료 선수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 선수는 “이승훈은 금메달만 따면 태극기부터 찾아 들고선 같이 뛴 선수에게 살갑게 접근해 ‘흔들자’고 계속 말한다”고 했다. 1년 넘게 빙상판을 뒤지며 만났던 빙상인 가운데 그를 살가운 사람이라고 평했던 이는 없었다. 동석했던 또 다른 선수는 “이 이야기를 들으니 이승훈의 자원봉사자 관련 소감 인터뷰가 이제 이해된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매스 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뜬금없이 “올림픽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보이는 우리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좋은 컨디션 유지하며 좋은 레이스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었다.
이승훈은 평창 동계올림픽 뒤 여럿 TV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내보였다. 한 방송사 프로듀서는 이승훈을 소회하며 “이제까지 촬영해 본 수많은 사람 가운데 가장 착한 사람이 이승훈이었다. 그처럼 착한 사람은 생전에 본 적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를 함께했던 프로듀서의 평가와 오랜 시간 이승훈과 함께 훈련했던 빙상 선수들의 평가는 퍽 달랐다. 함께 국제대회를 여러 번 나섰던 한 선수는 “한국 경기가 있으면 우리 선수들도 다같이 모여 응원전을 펼친다. 그러다가 이승훈이 선두로 튀어 나오면 하나같이 다들 응원을 멈춘다”고 했다.
이승훈에게 처음 접근했던 건 지난 2월 26일이었다. 그에게 폭행 당했던 선수 2명의 증언을 확보한 뒤 불거진 논란 관련 해명을 들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장문의 편지를 두 차례 보냈다. 주소를 알아내 집을 세 번 찾았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석 달 노력하다 이승훈의 소속사 브라보앤뉴에 해명을 부탁했다. 브라보앤뉴 담당자는 “이승훈은 우리랑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장 언론엔 착한 낯으로 대응했던 그는 비판 언론 접근엔 숨어만 있었다.
언론은 날개다. 정상에 오를 때 이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허나 언론이란 날개는 아주 얇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한 번 깨지면 다시 붙일 수 없다.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질 때 아픈 법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