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본사가 가맹점주에 대한 부당 행위 등으로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본사를 비판하고 나선 가맹점주들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전국 bhc 가맹점주 780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협의회)’ 설립총회를 열고 본사의 갑질 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bhc 본사의 부당한 처사로 여러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며 “본사는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 데 급급해왔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날 ▲주요 품목의 공급원가 인하 ▲부당이익 내역 공개와 반환 ▲부당 갑질 행위 중단 ▲사모펀드 회수 혹은 투자자금 상환 내역 공개 ▲주요 관계자에 대한 주식공여·배당내역 공개 등을 본사에 요구했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비판하는 대목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장악한 옥상옥 지배구조 때문에 본사의 좋은 실적에도 가맹점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이 bhc를 인수한 후 ‘가맹점→본사→프랜차이즈서비스 아시아리미티드(FSA)→프랜차이즈서비스 글로벌리미티드(FSG)→로하틴(TRG)’의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그 수익은 가맹점으로 분배되지 못하고 사모펀드에 집중됐다. 지난해 bhc가 중간배당으로 FSA에 지급한 금액만 840억 원이다. 인수 직후 두 차례 유상감자로 FSA에 돌아간 금액까지 합하면 1420억 원에 이른다. 협의회는 “노동의 대가를 외국계 자본의 배당과 영업이익으로 빼가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길 요구한다”며 “합당한 수준의 이익을 가져간다면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높은 실적 이면엔 본사가 주요 품목을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공급하는 ‘착취경영’도 존재한다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예로 본사는 기름으로 사용되는 ‘해바라기유’를 3만 원 미만에 구입해 가맹점에 약 6만 7000원에 공급하며 그 차익을 챙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마리당 일정 액수의 가공비를 부과하는 신선육 납품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협의회는 “해바라기유의 경우 2012년 1kg에 1437원이었다가 작년 6월 908원까지 지속 하락했지만 가맹점 공급가는 그대로”라며 “본사가 마진율을 120%로 산정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들은 그렇다고 식자재 품질이 다른 업체들보다 나은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본사가 배달 앱 시장을 선점해 판매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면서 그 이용 수수료를 가맹점주에게 과도하게 전가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는 앱 이용과 관련한 할인행사 시에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주문 수수료, 쿠폰 발행 등 판촉활동 비용은 전부 가맹점이 부담한다”고 비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실제 배달 앱 수수료 등을 비용으로 처리했을 때 본사가 주장하는 28%의 판매마진율은 지켜지지 않는다.
최근엔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휴무일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갑질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본사는 이달 초부터 ‘경조사’, ‘사고·건강문제’, ‘명절’에만 휴무로 인정하고 그 외 휴무일은 최소화할 것을 문자메시지로 지시했다. 사전 통보 없이 쉴 경우 내용증명을 요구하겠다고도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외국계 사모펀드가 매각에 앞서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맹점 영업일을 늘려 매출 확대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가맹본부 매출액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본사는 간담회 참석 등을 의무화하고 불참 시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bhc 본사는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의 갑질 중단 요구에 유감을 표명했다. 최준필 기자
bhc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이러한 주장에 유감을 표했다. 가맹본부(본사) 관계자는 “인수 당시 1억 원대였던 가맹점들의 평균 매출을 3억 원대로 높이면서도 주요 품목 원가를 높인 적은 단 한번도 없고 해바라기유와 신선육 모두 시세에 맞춰 납품 중”이라며 “해바라기유의 경우 일반 제품이 아닌 고올레산으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또 “휴무일 최소화 지시는 점주들이 자의적으로 쉴 때가 많아 가맹계약서에 따라 본사와 협의 후 쉬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며 “1년마다 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간담회 불참이 가맹점 해지사항이 된다는 것은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어 재차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협의회 측 의견을 검토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내년 1월 1일부터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 가격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bhc는 지난 20일 공사비 일부를 전가하고 광고·판촉행사 집행내역을 미통보하는 등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억 4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BBQ·bhc 앙숙 만든 ‘로하틴’은 어떤 곳?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를 이끄는 BBQ와 bhc가 3000억 원대 소송을 불사하며 앙숙이 된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의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2013년 BBQ는 자회사였던 bhc를 로하틴에 매각했다. 그 과정에서 로하틴은 BBQ가 매매계약서에 기재한 bhc 가맹점 수와 실제 수가 다르다며 국제중재법원에 BBQ를 제소했고 둘의 다툼은 손해배상 소송, 검찰 압수수색, 채권압류로 이어졌다. 둘의 싸움을 촉발한 로하틴은 2002년에 설립된 자산운용사로 이머징 시장 사모투자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싱가포르, 홍콩, 상파울루, 뉴델리 등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다. 로하틴은 우리나라에서 특수목적회사(SPC)인 프랜차이즈서비스 아시아리미티드(FSA)를 설립해 다수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로하틴은 bhc 외에도 소고기 프랜차이즈인 ‘창고43’, ‘불소’, ‘그램그램’과 순댓국 프랜차이즈인 ‘큰맘할매순대국’ 등 음식 브랜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조형민 로하틴 한국 대표는 과거 국내 기업에 대한 재투자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프랜차이즈업계는 로하틴이 회사를 인수해 부당한 방법으로 키워 이를 비싸게 되파는 ‘먹튀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bhc의 경우 로하틴이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받은 후 이를 재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상장 기업 중 그런 사례는 없었다”며 “매출 2000억 원대 회사가 84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