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디시인사이드 ‘젝스키스 갤러리’ 등 팬덤 연합이 공개한 성명서. 사진=디시인사이드 젝스키스 갤러리 제공
고지용은 현재 ‘젝스키스의 전 멤버’보다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승재 아빠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는 젝스키스가 2000년 해체 후, 2016년 MBC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에 성공하고서도 끝내 그룹에 합류하지 않았다. 사업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젝스키스의 팬덤은 고지용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그런 팬덤이 고지용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재결합 직후인 2016년 7월의 일이다. 고지용이 임원으로 있는 마케팅 회사 ‘애디티브’가 젝스키스 팬덤을 활용해 홍보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이 시기 고지용은 애디티브가 주관한 첫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관련 홍보 글은 젝스키스 최대 팬 카페에 게재됐으며, 팬덤은 행사 아르바이트 학생 인건비 100만 원을 모금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홍보에도 팬덤이 직접 나서 몇 백 건 이상의 홍보 게시물을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팬덤이 자발적으로 나선 행동이 회사의 실적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팬덤 측은 “당시 행사에서 회사 측 사람들이 팬들에게 ‘팬이 아니라 일반 참가자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 요구했고, 현장에서 촬영된 팬들의 사진은 단순히 ‘시민’으로 포장돼 마치 회사가 자력으로 모은 것처럼 게재됐다”고 비판했다. 사진 촬영도 고지용이 먼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함께 찍었으나 애디티브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얼굴과 플래카드가 모두 모자이크 처리돼 게재됐다는 것.
이후에도 팬덤에게 석연치 않은 행사 참여 독려가 이어졌다. 2016년 6월에는 고지용 측이 광고 대행을 맡고 있는 치킨 브랜드의 바이럴 마케팅 독려 글이 팬 카페에 올라왔다. 비슷한 시기 의류 브랜드 행사에서는 애디티브 측이 직접 팬덤에 “SNS와 블로그에 행사 홍보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 팬덤 측의 주장이다. 이런 식의 바이럴 마케팅에 팬덤이 동원된 것이 재결합 이후 1개월에 1번꼴로 이뤄졌다고 한다.
결국 팬덤이 2017년 초 직접 팬 카페와 애디티브 측에 “젝스키스의 이름을 달고 고지용과 그의 회사를 홍보하는 일을 멈춰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 일로 16년간 운영돼 온 팬 카페는 운영진이 바이럴 홍보 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2018년 5월 현재까지 공식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고지용이 이사로 재임 중인 마케팅 회사 애디티브의 홈페이지. 잠정 폐쇄된 상태다. 사진=애디티브 홈페이지
애디티브 측은 ‘젝스키스’가 언급된 회사 홍보물을 삭제했고 고지용은 ‘젝스키스 현 멤버’로 명시된 본인의 사업 프로필을 삭제하는 것으로 해명을 대신했다. 팬덤 측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고지용과 애디티브 측이 팬덤을 이용해 마케팅에 나선 것은 약 1년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가 공개된 직후 애디티브는 “2017년 YG가 젝스키스의 상표권을 출원한 뒤부터 홍보에서 젝스키스를 언급한 바가 없다. 이미 시정된 2016년 이전의 일을 문제 삼아 고지용뿐 아니라 어린 승재에게까지 악플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팬덤 측은 “성명서 공개 직전까지도 SNS에서 고지용의 회사와 업무적 연관이 있는 계정들이 젝스키스 해시태그를 달고 마케팅 활동을 해 왔다”라고 반박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들과 함께 인기 몰이를 하던 고지용은 어린이 학습지와 유아 상품 홍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던 바 있다. 예컨대 아기용 물티슈 광고 동영상에 ‘젝스키스 고지용’이라는 검색어가 함께 사용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 바이럴 마케팅이 되다 보니 ‘젝스키스’ 라는 검색어에 유아 상품이나 특정 브랜드의 상품이 지속적으로 걸려 나오게 됐다는 것.
팬덤 측은 “실제 젝스키스와 특정 브랜드들이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단지 고지용이 홍보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키워드 빅데이터에 축적되고 있다”라며 “그룹 활동을 하지 않고 YG에 소속되지도 않은 고지용 개인이 자신의 사익을 위해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팬덤은 현재 고지용이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의 경우 중국에서 ’젝스키스‘의 이름을 달고 활발한 홍보와 수익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6년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한 젝스키스의 공연에서 고지용이 깜짝 출연했다. 사진=‘무한도전’ 제공
이번 고지용의 ‘젝스키스 상표권 침해’ 사안은 단순히 검색에 용이한 ‘해시태그’를 건 것을 상표권의 침해를 볼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갈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허청은 “단순히 해시태그에 타 브랜드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만으로는 상표권 침해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이 타 브랜드의 저명성을 희석시키는 행위에까지 이른다면 현행법상 상표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애디티브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젝스키스‘의 브랜드가 고지용이 광고하는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와 혼동되게 사용된다면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한 변호사는 “특정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거나 직접 소유는 아니더라도 신뢰를 담보할 수 있을 정도로 지분을 가진 업체가 아닌 한, 자신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타 상표를 사용해 수익을 발생시켰다면 상표권 침해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러나 다소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지용의 경우는 ’전 젝스키스 출신‘이라는 경력이 있다”라며 “이런 이유로 이 바이럴 마케팅에서 제품 자체가 아니라 광고의 얼굴인 고지용의 출신을 부각시키는 식으로 해시태그가 이용됐다면 위법 여부 해석이 조금 애매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젝스키스 팬덤 연합은 5월 30일 2차 성명서를 내고 “YG의 고지용 프로필 제외 요청 수용에 감사한다”라며 앞으로의 ’젝스키스‘ 상표권 보호 관리를 요청했다. 고지용은 공식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았으며 애디티브는 홈페이지를 잠정 폐쇄한 상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