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물론 주가가 이렇게 오르자 투자자들의 기쁨은 더없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주가가 올라도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들은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4천7백78억원과 6천91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1조6천3백40억원이나 되는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주요기업과 금융 기관들의 지분을 50% 이상 확보하고 대규모 배당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배당총액 9조5천7백억원 중 4조7천2백억원을 외국인들이 가져갔다.
실로 겁이 나는 것은 외국자본이 이익을 챙기고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시장은 거품으로 꺼지고 경제는 기력을 상실하며 소득격차는 더 악화된다. 주가지수가 1200선을 넘어선 후 외국자본이 지속적인 매도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주가상승이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 경우 기업들은 그만큼 자금을 유리하게 조달하여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경제는 산업발전의 동력을 찾아 성장을 하고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현재 주식시장에는 이런 기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낮추었다. 연초 5%를 장담했던 성장목표가 7월에 4%, 9월에 3%로 주저앉은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체제에 들어섰다. 2003년 3.1%, 2004년 4.6%, 올해 3.8%의 성장률이다. 인도, 중국 등 신흥 성장국가들의 절반이 안된다. 이런 상태에서 증권시장이 들뜨자 오히려 경제에 혼란이 일고있다.
주가상승을 경제회생의 동력으로 삼고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길은 주식시장의 투명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불식시키고 투자자 모두가 공정한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제거, 노사관계 안정, 규제개혁과 조세감면 등의 조치를 취하여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 재정지출과 기업금융활성화 등 경기를 회복시키는 정책적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부동자금이 투자자금으로 흐르는 시장질서의 변혁을 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주가상승은 부동산 시장에 이어 주식시장까지 휩쓰는 쓰나미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