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볼 때 정부의 예산 편성 방향은 바람직하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연구개발예산을 15% 그리고 복지투자를 10.8% 늘려 성장동력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양극화의 덫에 걸려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자가 늘고 있다. 또 빈부격차가 악화되고 민생이 극도로 불안하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예산편성 방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우려가 있다. 하나는 이 정도 가지고 경제가 살아나고 빈부격차가 해소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세금이 예상대로 걷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동력상실 위기는 구조적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연구개발예산을 늘려도 별 소용이 없다. 따라서 규제 완화, 노사 안정,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하는 경제 활성화 모형을 전제로 하여 정부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한편 정부가 투자를 하려해도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체제에 진입하여 4%의 성장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금이 안 걷혀 올해 세수적자가 구조화되어 있다. 세수 적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경제 위기가 재정위기를 가져오고 재정위기가 다시 경제 위기를 가져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세수에 맞추어 재정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예산 편성의 필수조건이다. 이렇게 볼 때 여야는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담세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제를 살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모으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은 부실예산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큰 정부, 큰 예산을 지향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은 장·차관을 포함, 4실 16국 70과가 증가하고 공무원도 2만2천4백 명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른 초과지출된 인건비가 1조2천7백억원이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 나라 살림 규모 2백21조는 올해에 비해 6.5%나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이미 빚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부 부채는 2002년 1백33조원이던 것이 2005년 2백48조, 2006년이면 2백80조로 늘어난다. 여기에 국민 총가구 중 3분의 1이 적자고 가구당 평균부채가 3천만원이 넘는다. 국민들은 살기가 어려운데 정부는 빚을 늘려가며 몸집을 키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낙관하고 세금을 국민 1인당 3백56만원이나 걷을 예정이다. 경제성장률이 예상 이하로 떨어질 경우 예산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와 국민의 빚덩이는 늘고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커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예산 편성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제를 낙관하고 만든 팽창예산이라는 점에서 재정과 경제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된다. 국회는 불요 불급한 예산은 과감히 줄여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경제를 실질적으로 살리는 예산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