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그러나 이러한 무역증가가 주인 없는 수출잔치라는 데 문제가 있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이나 원자재보다는 해외 부품이나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정보통신 제품의 경우 해외부품비율이 65%나 된다. 수출해야 외국기업에게 이익을 더해줄 뿐이다. 한편 수출기업이 가급적 종업원을 줄이고 시설을 자동화하여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을 해서 돈을 벌어도 근로자들보다는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문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주도기업들의 외국자본지분이 50% 이상 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익의 절반 이상을 외국 투자자들이 차지한다는 뜻이다. 결국 수출이 아무리 늘어나도 주인인 우리 국민들에게는 별 이득이 안 된다. 이런 문제가 계속 악화될 경우 산업 양극화, 고용불안,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유발하여 궁극적으로 무역대국이 사상누각으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무역은 경쟁력도 취약하다. 현재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주종을 이루고 여타 품목은 수출경쟁력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 상품 중에서 세계 1등은 78개로서 중국 8백67개에 비하면 극소수다. 중국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어 우리나라 상품은 설 땅을 잃고있다. 여기에 세계 1등 품목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 독일, 일본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는 사면초가다. 이 가운데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확산되면서 무역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 걸쳐 1백80여 개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칠레와 싱가포르, 두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정도다. 이대로 있다가는 세계시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무역이 늘어난다고 환호하기에 앞서 산업발전의 새로운 틀을 만드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무너지는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을 일으키는 데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체제를 구축하여 무역증가효과가 경제전반에 파급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경제는 정보통신, 나노산업, 신소재 등 첨단미래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문화, 서비스, 기술 등으로 분야를 넓혀 세계최고수준의 수출품목을 대폭 늘려 미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람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새로운 경제운영의 기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시키며 쓰는 경제운영을 통해 신지식과 첨단기술의 발전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