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박은숙 기자
청와대 개각설이 흘러나온 것은 지난 3월 중순께다. 일부 장관 등의 6·13 지방선거 출마 준비로 내각 공백이 예상되자, 여권 내부에선 장관 차출설의 불이 피어올랐다. 정치권 시선은 자연스럽게 청와대로 쏠렸다. ‘지방선거 전 원 포인트 개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서다.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에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출마로 내각 공백은 현실화됐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한때 각각 부산시장과 대구시장 출마설에 휩싸이면서 개각설은 더욱 힘을 받았다. 당시는 ‘금융 검찰’인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되면서 6개월 만에 사임한 상황이었다.
청와대는 이 중 금감원장과 일자리 부위원장 자리만 채웠다. 일부 자리만 보충하는 보각 수준에 그친 것이다. 제1당 사수에 나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현역 의원 출마 금지령’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인선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내부 기류의 영향이 컸다. 김영춘·김부겸 장관은 현역 의원이다. 이들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면, 청와대는 ‘지방선거 전 개각’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각 공백 사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다. 추 대표의 강력한 블로킹 등으로 김영춘·김부겸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는 무산됐다. 청와대는 비청문회 대상인 금감위원장과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하는 선에서 인선을 끝냈다.
그런데도 여권 발 장관 차출설은 끊이지 않았다. 실패한 ‘김기식 카드’가 한몫했다. ‘정의당 데스노트’에도 오른 김기식 전 금감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은 여권 발 장관 차출설에 불을 댕겼다. 1기 내각 일부 장관의 평균 이하 점수, 여권 내부 권력암투 등까지 겹치면서 2기 내각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하마평이 돌아다녔다. 이 와중에 여의도에선 “청와대가 장관 1년 평가에 돌입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여기까지는 ‘포스트 지방선거’ 권력구도를 둘러싼 하나의 설에 불과했다.
하나의 설을 사실로 만든 것은 이 총리의 발언이었다. 핵심은 ▲청와대와 부분 개각 협의 종료 ▲국무총리 제청권 행사 등이다. 이 총리는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며 “몇 가지 현안에 새로운 방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제한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이 총리에게) 인사 제청권이 있으니, 인사에 관해서도 여러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무총리실이 주도한 부처 평가에선 법무부(박상기), 국방부(송영무), 환경부(김은경), 여성가족부(정현백), 산업통상자원부(백운규) 장관 등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총리는 “꼭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부는 정확하다는 얘기다. 국무총리실과 별도로 5월 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한 장관 업무 평가와 내부 조직진단을 진행했다. 결과는 지방선거 직후 나올 예정이다. 여권에선 이르면 6월 말 청와대 2기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누가 교체 대상인지는 청와대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2기 내각 콘셉트는 ‘일하는 정부’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2기 내각 개편의 관전 포인트는 여권 차기 당권과의 역학구도다. 청와대 부분 리셋 과정에서 당·정·청이 힘의 균형을 꾀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넓은 의미의 장관 평가는 현재 3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총무비서관실과 국무총리실, 여당 등이다. 실제 개각 범위는 청와대 평가를 중심으로 단행되겠지만, 문 대통령이 이 총리나 당의 요청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개각 범위가 소폭을 상회할 수도 있다.
이 총리가 청와대와 기초적 협의는 마쳤다고 언급한 만큼,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총무비서관실과 총리실의 장관 평가에 대한 ‘최소 공약수’ 찾기의 얼개는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최소 3명은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무총리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5명과 청와대 평가의 공통분모가 최소 3명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까지 더하면 최소 4∼5곳은 인적 교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최소 공약수+알파’를 결정할 전망이다. 당 일부 인사는 김부겸·김영춘 장관의 차기 전당대회 차출론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 후보자로 거론되는 한 현역 의원 측 관계자는 “당 의원들 중심으로 차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에선 정부 출범 이후 실언의 중심에 선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터져 나왔다. ‘패싱’ 논란에 중심에 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교육입시 논란을 자초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교체 요구에 시달렸다. 일부 인사는 공개적인 비판은 삼가면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김 부총리의 최저 임금 관련 소신 발언을 놓고도 지방선거 이후 개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한다.
술렁이는 관가와는 달리, 여당 내부 분위기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3선 이상 중진급에선 청와대 전화를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의원은 차기 장관설에 대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여당 한 보좌관은 “지방선거 후 공석인 청와대 행정관 등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라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BH(청와대) 차출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제도개선비서관, 농어업비서관 등과 각 실 일부 행정관 자리는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다. 또한 청와대는 ▲비서실 내 정책실 독립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분권비서관실과 정책실 산하 균형발전비서관실의 통합 ▲안보실과 비서·정책실의 소규모 협의체 신설 안 등이 다양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청와대 조직 개편 규모가 클 경우 친문계 인사들의 청와대행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청의 고민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6월 말 이뤄진다면, 포스트 지방선거는 ‘인사청문회 정국’이 된다. 김기식 전 원장의 낙마로 현 정부 들어 8명의 인사가 줄줄이 불명예 퇴진한 상황에서 또다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구멍이 뚫린다면, 지방선거 승리의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도가 상승하는 현상)가 조기에 끝날 수도 있다.
청와대 인사 기준이 한층 강화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뚫을 수 있는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여권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현역 의원을 차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되레 회전문식 인사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또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국방부 장관 등의 경우 연이은 외교 시즌으로 교체 자체가 쉽지 않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고 지방선거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지방선거 운명을 가를 인사청문회 정국의 문은 6·13 지방선거 직후 열린다.
윤지상 언론인
‘5선’ 원혜영, 의장 도전 포기 이유 따로 있나 ‘원혜영 더불어민주당·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여야 복수 관계자는 포스트 지방선거 정국의 핵심 인물로 두 중진 의원을 꼽았다. 5선인 원 의원은 후보 등록 막판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직 도전을 포기했다. 그는 1996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결성한 친노(친노무현) 원로그룹의 한 축이다. 원 의원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차기 행정자치부 장관 하마평에 올라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민주당 당권 도전 가능성과 맞물려 ‘원혜영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원혜영 카드’에 대해 “비문(비문재인)계에서도 비토가 거의 없어 청와대도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측근 그룹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직’의 자진 포기로 주요직을 꿰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친노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국회의장직 후보 선출 후 ”원혜영, 그분의 이름을 올리면 참으로 가슴이 쓰리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앞서 원 의원은 2016년 4·13 총선 직후 실시한 20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때도 문 의원에게 양보했다. 원 의원의 최대 약점은 권력의지가 적다는 점이다. 2016년 8·27 전당대회에서도 원 의원은 친문(친문재인)·비문계로부터 모두 출마를 권유받았으나,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권력의지가 약한 원 의원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 의원은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당에선 그를 ‘바보 노무현’에 빗대 ‘바보 원혜영’으로 부른다. 원 의원이 권력의지가 없다면, 박지원 의원은 반대다. 박 의원은 20대 후반기 국회 부의장 자리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의석수에 따른 배분 관례상 20대 후반기 국회 부의장 2자리 몫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다. 단순 의석수만 보면 부의장은 바른미래당(30명) 몫이다. 하지만 이 중 비례대표 4명(이상돈·박주현·장정숙·박선숙)은 탈당 시 의원직 상실 규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남은 경우다. 이에 반해 평화(14명)와 정의(6명)의 의원모임 의석수는 20석이지만,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4명 중 박선숙 의원을 제외한 3명은 평화당과 뜻을 같이한다. 결국 ‘바른미래당 26석 vs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23명’이 되는 셈이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핵심 관계자는 “박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의석 수상 당연히 우리 몫”이라고 반박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