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를 놓고 대법관들과 견해차를 드러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8.1.25 고성준 기자
지난해 9월 26일 16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김명수 원장은 인사를 통해 주요 보직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 후신) 출신들로 채웠다. 전국 판사의 승진·평가 등을 총괄하는 인사총괄심의관에 김영훈(사법연수원 30기)을 채용했고, 사법부의 입(공보관)에는 인권법 소속 박진웅(사법연수원 31기)을 앉혔다. 법원행정처장엔 김 원장이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법 출신 안철상 대법관(사법연수원 15기)을 임명했고, 이번 블랙리스트 3차 조사를 맡은 김흥준 윤리감사관(사법연수원 17기) 역시 ‘우리법’ 회장 출신이다.
반면 서울법대 출신 엘리트 법관들의, 비밀·배타적인 연구 모임 ‘민사판례연구회’(민판련) 출신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퇴진과 함께 ‘뒷방’으로 철저히 밀려났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실장으로 요직에 있던 이민걸(사법연수원 17기), 홍승면(사법연수원 18기) 등은 일선 재판부나 비재판부로 밀려났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형사재판부 부장판사 가운데 민판련은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양승태 전 원장 시절 민판련 출신 엘리트 판사들이 서울중앙지법이나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의 주요 재판을 담당했던 것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흐름이다.
“완고한 데다 몇몇 판사만 중용해 사법부의 면모 일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 법조계에서 양 전 원장에 대해 지적한 우려였는데, 법원 내에서는 비슷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신념으로만 밀어붙여 사법부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비판이다. 결국 정권 흐름에 따라 양승태 전 원장 주도 하에 ‘우클릭’했던 법원이 김명수 원장 주도 하에 ‘좌클릭’하는 것일 뿐 진정한 쇄신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도 개혁하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 김명수 원장이 외치는 변화는 ‘단순한 좌클릭’과 그를 위한 인사에 불과한 느낌”이라며 “취임 초 내걸었던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 블랙리스트 사건을 200여 일 이상 끌고 왔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취임 후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며 “양승태 전 원장 시절 뒷조사는 사실이지만 인사 불이익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3차례에 걸친 조사의 결과이지 않냐. 블랙리스트 사건 검찰 수사 고발 여부를 놓고 판사들이 찬반 둘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뿔뿔이 다 흩어져서 단합된 느낌을 조금도 느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