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백성들이 살기가 어려워지자 어느 임금님이 좋은 방법을 찾아 냈다. 신하를 불러 돈을 많이 만들어서 백성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눠 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살기가 힘들다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던 사람들도 그냥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누구도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없고 한 포대의 돈으로 쌀 한톨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이야기는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부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이 다같이 잘 살게 하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은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이는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번 사람들의 재산을 나눠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일하던 사람들도 아예 일할 의욕을 잃는다. 그러면 경제는 결국 국민 모두가 살기 힘든 상황에 이른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방법으로 비과세 금융상품 축소,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에 대한 추가공제혜택 폐지 등 2백26개 항목에 달하는 비과세, 감면 대상의 조정작업을 추진중이다. 이들에 대한 조세 감면 규모만 해도 작년 기준으로 19조9천8백79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근로자들의 세금 인상은 과연 양극화 해소에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을 것인가?
우선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대부분 투명한 유리지갑을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한푼의 탈세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억울한 부담을 추가시키는 것이며 거꾸로 양극화 구조를 심화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금인상은 불황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형태이건 조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성장동력이 더 떨어져 실업자와 빈곤층이 확대되고 사회불안은 더욱 커진다. 물론 생계가 불안한 소외계층을 돕고 또 출산을 지원하려면 세금을 더 걷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투기를 많이 하고 세금을 탈루하며 부당하게 많은 재산을 모은 대규모 자본소득자,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고 세원을 넓히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용창출이다. 정부는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 무수한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자 모두가 떳떳하게 일을 하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조세구조를 선진화하여 분배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수순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