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어떻게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나라를 빼앗기고 정착할 곳도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지도자가. 외로움을 알면서도 외롭지 않고 고통스런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하고 푸근한 것이 달라이라마의 진짜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달라이라마는 자신이 외롭지 않은 것은 모든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방송사가 방영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왜 달라이라마를 떠올렸을까? 생각해보면 현대사회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거나 불행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나만 해도 하루 두 끼는 보통 혼자 식사를 한다.
그럼에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초라하고 충격적이었는지. 아침식사 대신에 영양제와 빈혈제는 꼭 챙겨먹는다는 독신, 한 달이면 20일 이상 식사하고 들어오는 남편과 언제나 바쁜 아이들 때문에 아무리 요리를 해도 먹어주는 가족이 없다면서 풀죽은 전업주부, 그리고 이러저러한 설명이 필요 없는 기러기아빠들, 이들은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자화상은 가혹하리만치 우울하고도 외로웠다.
그러나 혼자 밥 먹는 일을 바꿀 수 없다면 혼자 밥 먹는 일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하면 외롭지 않으니까. 사랑해서 외롭지 않으면 걸인의 밥으로도 황후의 식탁이 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혼자 밥 먹는 일을 사랑할 수 있을까?
혼자 밥 먹는 일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몸’을 믿어야 한다. 모든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했던 달라이라마의 존재 속에 ‘내 몸’도 끼워주어야 한다. 몸을 믿으면 알게 된다. 밥상에서는 시장기가 최상의 동반자임을. 당연히 배고프지 않을 때는 먹지 말아야 한다.
시장기와 함께하면 혼자 밥 먹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밥이 생명임을 알게 되니까. 밥 먹는 시간이 생명이 생명으로 힘을 얻는 시간임을 느끼게 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몸이 성전이고 밥상이야말로 제단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신성을 느끼는 시간은 언제나 엄숙하고도 따뜻하다.
그런 생각들로 충만해지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첨가물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일은 멀|리 하게 된다. 때우다니, 그 기분 좋은 일을! 물론 식탐으로 먹지 않을 음식을 잔뜩 차려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도 않는다. 어쩌면 생명을 쓰레기로 내보내는 음식물 쓰레기야말로 소화되지 못한 외로움의 구질구질한 표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혼자, 아니 시장기와 함께 밥 먹는 일을 사랑하다 보면 자신의 변화가 보인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와 자연스레 식사공동체를 이루게 될 때 그만큼 풍부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기쁨이 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