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언론인 | ||
미국인들의 청교도적 금욕주의와 1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인들에 대한 반감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급조된 이 법은 결국 술마시는 모든 미국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면서 ‘법은 관습을 바꾸지 못한다’는 법언(法諺)만 확인해 주고 폐기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주법 실패에도 술을 법으로 금지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고르바초프 시절 보드카에 대한 금지령을 겪기도 했던 러시아는 2004년 ‘공공장소 맥주금주법’이라는 희한한 법률을 의회에서 찬성 414표, 반대 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2005년 4월부터 학교 병원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맥주 마시는 것을 금지했지만 이 법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걸려봤자 벌금 100루불(약 40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벌금 몇푼 아끼자고 그 좋은 술을 왜 안 마셔”라는 식의 배짱이다.
중국 중부의 안후이(安徽)성은 작년 4월 당·정 공동명의로 모든 공직자에 대한 낮술 금지령을 내렸다. 이 금주령에 따라 모든 공직자들은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었고 이를 어긴 사람은 처벌을 받고 소속 기관장은 부하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지휘·통솔책임을 지게 되었다. 엄포에 비해선 ‘특별한 경우’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량을 평소보다 줄이라는 등의 면죄조항을 두고 있어 이 금지령 역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도 식량자급 차원에서 쌀 막걸리를 금지하고 밀주를 단속한 적은 있었지만 법으로 모든 음주행위를 금하는 금주령을 내린 적은 없다. 여성특별위원장이 폭탄주를 자제해 달라는 공한을 고위 공직자들에게 보낸 적은 있다. 지난 2000년의 일이었는데 폭탄주 마시고 말 실수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검찰간부도 있었고 공직자가 술자리에서의 성희롱으로 곤욕을 치르던 때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공한으로 없어질 폭탄주가 아니었다.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나서서 폭탄주는 만들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며 폭탄주 소탕을 내세운 ‘폭소클럽’도 결성했지만 크고 작은 ‘음주사고’는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제1야당 사무총장이 술에 취해 여기자에게 성추행을 하다가 덜미를 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얼마전에는 음주운전 경력이 고위 외교관의 출세길을 막더니 이번엔 술을 자제하지 못하고 성추행까지 저질러 정치일선에서 낙마한 것은 물론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일이 이쯤 되면 술을 자제하라느니 폭탄주를 마시지 말자느니 하는 캠페인성 절주(節酒)운동만으로는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다간 ‘공직자 금주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진반농반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적당한 술은 약(藥)이지만 지나친 술은 독(毒)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도 있지만 요즘은 약보다 독이 되는 술자리가 더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