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부문은 고점이란 평가가 많다. 해외수주와 남북경협 재료는 아직 ‘기대감’ 수준이다. 특히 남북경협 재료는 북미대화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엄청나다. 국내 주택 부문의 연착륙과 뒤이은 해외 수주 모멘텀의 확인, 그리고 남북경협까지 ‘이어달리기’가 매끄럽지 않을 경우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건설업종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율곡로 현대아산 사옥. 연합뉴스
#국내 아파트 장사 결실 내년까지
최근 건설주 급등의 바탕에는 2014~2017년 이어진 주택시장 호황이 있다. 건설업종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0~2017년 주가가 상승한 해는 2016년(3.38%)뿐이다. 특히 해외공사 부실의 직격탄과 유가 하락에 따른 해외 수주 급감으로 2014년까지 건설업 주가는 악화일로였다.
2015년 이후 국내 주택 수주가 급증했지만 공기에 따라 이익 인식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해외부문 부실이 정리된 것도 2016년 이후다. 현재 국내 주택부문의 매출액이익률은 15~20%에 달한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2015년 이후 착공된 도급 중심의 주택사업이다. 대형 건설업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사업이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에 따른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며, 실제로 주택 부문의 매출은 2017년 고점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내년 이후 ‘돈 되는’ 해외 수주 회복 관건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해외 수주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반등하면서 중동국가들의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투자와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를 3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주 증가세는 내년 이후다. 2019년 예상 수주 규모는 4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일례로 베트남은 8조 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23조 원 규모의 주택건설과 함께 600조 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동지역 원전개발도 재개되는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도 정유플랜트와 UAE·쿠웨이트·오만의 신규 화학플랜트(NCC) 등 지연됐던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 대형사들의 해외 수주는 대부분 ‘부실’로 확인됐고, 최근 국내 주택부문에서 낸 엄청난 이익도 겨우 이를 충당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 중심의 신도시와 원전 개발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수익성에 대한 숙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남북경협, 기대는 크지만…
시장을 가장 들뜨게 하는 재료는 남북경협이다. 실제 사업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익 반영까지는 더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다. 남북경협 기대가 몇몇 종목에만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같은 변수를 감안한 시장의 반응이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 이후 남북경협의 종가가 됐다.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1차 대상은 철도,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이 부문에서는 현대건설의 시공능력이 독보적이다. 건설주 가운데 유독 토목 관련주들에 남북경협 기대가 큰 이유다.
문제는 대부분 ‘관급’ 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얼마만큼의 수익성이 담보되느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관급공사는 수익성이 낮고, 그나마도 각종 독과점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북한지역 공사도 결국 돈을 댈 남한이나 규제를 할 북한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하는 만큼 사업환경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이 이뤄져도 철도 전선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남북한 간 끊어진 노선의 연장에 불과하다. 북한 철도 평균 운행속도(10~15km/h)를 개선(예를 들어 50~60km/h 수준)시키는 것이라면 현재 보유한 북한 철도설비로도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단계에서 한국 신설선처럼 최소 150km/h를 가정하거나 현재 대부분 단선인 철도노선을 복선화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적 추정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
‘취재원 보호’를 방패로 이용했나? 삼성 내부정보 유출 논란 삼성생명이 5월 31일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생명 이사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정보가 새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주식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삼성의 내부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5월 30일 14시 21분 C 일보의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일부 매각’이라는 인터넷뉴스가 올라온다. 1분 뒤인 14시 22분부터 삼성생명 주가가 급등한다. 개장 직후 하락해 장중 10만 20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생명 주가는 14시 42분 10만 9500원까지 치솟고 결국 전일 대비 0.94% 오른 1만 7500원에 마감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움직인 것은 삼성생명보다 1분 뒤인 14시 23분부터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5만 13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내 하락하면서 5만 원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14시 22분까지는 코스피 낙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14시 23분부터 급락해 5만 원선이 무너진다. 결국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51%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이탈리아 정정 불안이 초래한 유럽발 금융위기 경계감으로 1.96% 떨어졌다. 특히 14시 24분 이후 낙폭이 커져 14시 36분에는 한때 2400선이 무너졌다. 정작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매각 의사결정을 공시한 시간은 이날 주식시장이 마감하고 18분 뒤인 15시 48분이다. 이날 이사회가 열린 시간은 15시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정보가 샌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를 신호로 대기하고 있던 주문이 일제히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통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나 작전을 할 때 뉴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정보이용’ 혐의를 피하기 위해 ‘취재원 보호’를 내세울 수 있는 언론을 활용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비중이 커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코스피 내 비중은 19%가 넘고, 가장 규모가 큰 지수상품인 코스피200 비중은 23%에 육박한다. 이날 삼성전자에는 공매도도 집중됐다.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으면 지수 방향을 가늠할 수도 있다. 이번 거래의 사전정보를 알 수 있었던 주체는 삼성, 금융당국,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간, 그리고 시간외대량매매(block deal) 상대방이다. 공매도를 활용하고,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15위 삼성생명 주가를 움직일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곳이라면 전문적인 투자기관일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법인과 계열회사 임직원은 물론 대리인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은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한 이유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위험의 사전해소’다. 삼성전자가 올해 예고한 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현 10.45%로 10%를 넘어간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다른 회사의 주식소유한도를 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계열사 지분율이 5%, 10%, 15%를 초과할 때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