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동해바다는 3급수야, 제주도도 3급수고. 서해가 제일 깨끗한 이유는 바로 갯벌 때문이지. 갯벌이 바닷물을 정화하는 거대한 필터거든. 이 고혹적인 갯벌을 막아 농지를 만들겠다니 말이 되나? 농지가 너무 많다고 기존의 농지는 용도변경해주면서….”
서울 면적의 3분의 2, 여의도 면적의 146배, 세계 5대 갯벌, 이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바닷생명의 고향인 그곳을 폭격 맞은 것처럼 망가뜨리는 데 세금을 퍼주는 권력에 대한 건강한 분노가 그 고약한 독설을 낳은 것이었다. 그 독설은 임기가 끝나면 조용히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며 생태운동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대통령의 꿈에 어불성설이라고, 지금 잘해야 그 꿈도 망상이 되지 않는 거라고 도올 방식으로 훈수를 둔 것이었다.
심신이 흉측하게 비틀린 <반지의 제왕>의 골룸이 생각난다. 골룸은 바로 절대권력인 반지에 유혹되어 그렇게 왜소해지고 흉측해진 존재다. 작은 종족인 호빗족이 절대반지를 옮길 수 있었던 것은 반지를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버렸기 때문이다. ‘노짱’이 대통령이 된 것은 호빗족처럼 사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권력을 휘두르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사심 없이 국정운영을 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사심이 묻어난다. 새만금은 그 중의 하나다.
이번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 정부 측 태도를 보면 예견된 것이었고, 그만큼 안타까운 것이기도 했다. 간척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농촌공사는 새만금 공사가 중단된 기간 동안 발생한 직접적 손실만도 706억 원이라며 한 관계자는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이익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나. 세상에,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느라 그곳에 들어가는 엄청난 세금 모두가 헛돈인 것을! 그 결과 사라지는 것은 서해바다의 미래라는 사실은 왜 보지 않는 것일까?
이제 새만금은 미래가 없다.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귀중한 자원인 새만금 갯벌을 희생하면서까지 농지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김영란, 박시환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미래에 대한 절망적인 예언으로 들릴 뿐이었다. 더구나 이규홍 대법관 등 네 명은 “이번 재판이 행정처분의 무효나 취소 사유가 있는지를 법적으로 따지는 것이지, 새만금 사업 추진이 타당한지를 정책적으로 평가·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보충의견을 덧붙였다. 새만금사업이 타당한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음으로써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리라. 아프고 안타깝고 절망적이다. 우리의 바다가 그렇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