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Memories of Space, Rumination of Reminiscence 1123: 90x65cm 캔버스에 아크릴과 수묵채색 2017
장은우는 도시에서 감성의 텃밭을 일구어낸 작가다. 따라서 그에게 도시는 비인간적이고 낯선 공간이 아니다. 친숙한 풍경이며 마음 놓이는 안전한 공간이다. 심지어 인간적 교류가 차단된 콘크리트 상자 속에서도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 자유를 즐길 줄 아는 신인류의 감성을 지닌 작가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진솔한 자신의 감성을 담아내는 데서 출발한다. 그 나이에 빠지기 쉬운 시류에 눈 돌리지 않고 느끼고 경험한 세계를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가 작가적 저력의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나이답지 않게 육중하게 보인다. 켜켜이 다져나간 뚝심이 느껴진다. 한지를 여러 겹 바르고 먹으로 다져서 바탕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두껍게 느껴지는 질감을 통해 그가 얘기하는 것은 도시의 속성이다. 자신을 키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미사여구 섞지 않고 진솔하게 말한다.
Memories of Space, Rumination of Reminiscence 0408: 53x65cm 캔버스에 아크릴과 수묵채색 2017
도시의 골목, 아스팔트의 무채색, 콘크리트 빌딩, 편의점의 차가운 조명, 고가도로의 따뜻한 가로등, 정돈된 도심 공원의 숲…. 이런 도시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장은우는 작가적 감성을 숙성시켰다. 도시적 감성이다.
도시 건물의 반복되는 형태에서 삶의 규칙성을 발견했고, 작품에서 화면의 기본을 떠받치는 구성으로 탄탄하게 다져놓았다. 아스팔트의 무표정한 색채에서는 도시 생활의 권태롭고 나른하지만 안전한 일상의 정서를 배웠다. 그의 화면이 무채색에 가까운 단색조를 유지하는 것은 도시적 일상성을 나타내려는 장치다. 또 도심 건물의 육중한 무게감에서 세월의 두께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정서를 일깨운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것을 깊이 있는 화면 질감으로 담았다.
이러한 감성은 그의 화면 속에 조금씩 다른 모양과 크기로 잘게 쪼개서 연결하거나 겹쳐 붙인 화선지로 나타난다. 도시 밤 풍경을 풍요롭게 해주는 조명을 보면서 그는 젊은 세대만이 느끼는 도시적 감상성을 찾아냈고, 이는 화면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옅은 색채로 나타난다. 일종의 쉼표 같은 역할을 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Memories of Space, Rumination of Reminiscence 170920: 45x45cm 캔버스에 아크릴과 수묵채색 2017
이를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것은 현대 문명의 풍경화다. 이게 가능한 목표치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작가가 현대 문명의 집결체인 도시를 그리며, 도시 속에서 감성을 키운 그의 진솔한 고백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풍경의 의미를 새롭게 붙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가 해석해내는 풍경은 단순히 보이는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30년 넘게 살아온 세월의 모습을 도시의 다양한 표정으로 번안하고, 그것을 시간이 쌓여온 것처럼 겹겹이 붙여서 두터운 질감으로 표현한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