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모습. 연합뉴스.
한화는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한화시스템’으로 합병하고 한화시스템에 대한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10%대로 낮출 계획을 알렸다. 한화S&C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한화S&C를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사업부문 신설법인 한화S&C로 물적분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삼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전량을 보유해, 구조만 바뀌었을 뿐 소유권이 바뀌지 않은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수 일가가 직접적으로 한화S&C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S&C를 지배하는 구조로 변경됐을 뿐이라는 것.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해소에 집중한 경영쇄신안”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논란이 있던 한화S&C에 대한 삼형제 지분을 희석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주사 전환이나 경영권 승계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도 밝힘으로써 경영 승계와는 선을 그었다. 앞의 한화 관계자는 “이번 쇄신안은 승계와 연관이 없다”며 “김 회장이 건재해 승계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한화의 지배구조개편이 진행되면서 경영 승계 준비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쇄신안으로 한화S&C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예상됐던 승계 시나리오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한화가 새 시나리오를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승계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쇄신안도 이를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승계가 유력한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주)한화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주)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을 합병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주사 격인 (주)한화의 지분 18.84%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김동관 전무의 (주)한화 지분율은 4.28%다. 여기에 김 전무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의 (주)한화 지분율도 2.12%다.
다만 김 전무가 김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고 (주)한화를 완전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 현행 상속세·증여세법상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 재산의 세율은 50%다. 더불어 한화의 경우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한 다수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시 금산분리 문제가 걸린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2년 안에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데, 덩치 큰 금융사를 다수 보유한 한화의 경우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일반지주사와 금융 부문을 따로 떼어낸 금융지주사로 분리해야 할 텐데 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형제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계열 분리로 승계가 이뤄질 경우, 삼성 오너가 삼남매의 경우처럼 완전한 계열 분리가 아닌 한동안 과도기적 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태양광 사업 부문을 이끌며 좋은 실적을 보여준 장남 김동관 전무가 한화큐셀을 중심으로 주요 제조 계열사를 맡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를 맡는 식이다.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 한화건설과 한화도시개발 등 건설 계열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김상조 한마디에 긴장한 기업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에게 비핵심·비상장 계열사 주식 매각을 주문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10일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 계열사’ 특히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논란의 요소가 된다”며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한 그룹의 주력회사 핵심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사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5월 31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그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던 한화S&C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을 정리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가 많은 효성과 GS, 부영그룹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57곳 가운데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가 하나라도 있는 집단은 38곳으로 전체의 66%에 달한다. 특히 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이 같은 비상장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효성이며, GS와 부영이 그 뒤를 이었다. 효성과 GS는 각각 14개와 13개, 부영은 8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는다. 세 기업은 아직까지 총수 일가 지분 매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효성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 투명성 강화 등 공정위의 주문에 발맞출 계획인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은 지난 1일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난 5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계획서 승인을 의결한 바 있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2009년부터 검토해왔던 사안이며,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라는 정부의 권장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총수 일가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