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이번에 내놓은 3·30 조치는 차원을 달리한다. 부동산투기의 원천인 아파트재건축을 억제하고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을 통해서 얻는 개발이익의 50%까지 세금으로 걷고 부동산 담보대출도 원리금 상환금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부동산 투기가 가라앉을 것인가. 그 효과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선 걱정되는 것이 풍선효과다.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일반 아파트값이 뛸 수밖에 없다. 특히 관리처분승인까지 받아 재건축공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아파트들의 반사이익은 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부동산투기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이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 대책들이 시한부라는 인식이다. 현 정권이 끝나면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버티기 일색이다. 실제 그 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부정책은 아파트를 보유하지 못하고 팔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보유하려면 높은 보유세를 물어야 하고 팔려면 높은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 재건축을 억제하고 돈줄도 죄어 신규공급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정책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동산투기를 없앨 수 있나.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책은 규제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그 한계가 있다. 특히 정부정책은 강남이라는 특정지역에 대해 규제의 공격을 퍼붓는 과잉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시장의 내성을 키워 아파트 값을 거꾸로 상승시키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어떤 정책이건 시장경제논리를 배제하는 규제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원칙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로 막는 것은 둑이 무너지는 것을 손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비싼 대가를 치르고 겪은 오랜 경험이기도 하다.
경제논리로 볼 때, 부동산 투기를 막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부 부유층 중심으로 부동산을 돈벌이 대상으로 하는 투기수요가 큰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막는 투기수요 억제 정책은 신뢰성을 높여 지속적으로 펴야 한다. 둘째, 전반적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중대형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교육이나 문화여건이 좋은 강남지역 같은 곳의 아파트 수요는 더욱 크다. 따라서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공급정책을 펴야 한다. 셋째,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500조 원에 가깝다. 이 자금을 산업자금으로 돌리는 물꼬를 트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의 투기 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여건과 자금흐름 체계를 개선하여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시장도 안정화시키는 거시적 경제정책이 절실하다. 한마디로 부동산투기는 규제로 잡기 어렵다. 멀고 힘들어도 시장논리에 입각한 장기적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정도를 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