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제2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해 비리 제보를 통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검사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준선 기자
지난 5월 2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채용비리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검사를 하거나 점검을 나가지는 않았다. 전수조사를 벌인 은행권과 달리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비리 제보를 받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곳을 위주로 조사하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했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 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런데 5월 말 금융투자협회가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용 현황 자료 취합에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곧 칼을 빼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증권사나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오너기업이 많다. 업계 특성상 은행만큼 지점이 많지 않고, 대상으로 하는 고객 수도 은행에 비해 월등히 적다. 이 때문에 접근성이 높은 은행에 비해 조직별 특성이나 채용 분위기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채용은 신규채용이 10여 년 전부터 대폭 줄어들었고, 경력이동 위주로 채용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금융업계는 제2금융권은 채용이 투명하지 않고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는 물론이고 생명보험사, 캐피탈사 등은 채용문제가 심각하다”며 “사기업이고 경력공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채용 기준이 없고 깜깜이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제2 금융권 채용에 대해 ‘고위직 자산가의 자녀인 것이 제일의 기준’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대형 증권사 경우 유달리 고위직 자산가의 자녀가 많이 다니고 있어 구설에 오르곤 했다.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에는 전 금융지주 회장의 아들 A 씨와 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의 아들 B 씨, 딸 C 씨 등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조정호 회장의 딸이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당국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원래 고위직 자산가 자녀를 채용하는 경향이 크다. 자금 유치를 위해서 유리하기 때문인데 이게 문제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사기업의 자체적 경영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채용에 당국이나 정부가 개입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학점이나 어학점수를 1점이라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과 민심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2금융권 채용문제와 관련해 추가적 이슈가 나오거나 합리적 의심이 있을 경우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재까지 제2금융권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